법원, '베트남전 학살' 한국 정부 배상책임 첫 인정..."명백한 불법행위"
[앵커]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피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습니다.
일단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는 한 명뿐인데, 다른 피해자들도 우리 정부를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8년 2월, 현지에 파병된 한국군 작전지역인 중부 꽝남성 퐁니·퐁넛 마을에서 민간인 70여 명이 살해된 사건이 벌어집니다.
당시 8살이던 응우옌 티탄 씨는 이 일로 가족을 잃었고 한국군에 의한 피해를 호소했습니다.
지난 2020년 4월, 국내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습니다.
[응우옌티탄(지난해 8월) / 손해배상 소송 원고 : 학살로 식구 5명을 잃었습니다. 저와 제 오빠는 크게 다쳤고 저는 배에 총상을 입었습니다.]
소송 제기 3년 만에 우리 법원은 응우옌 티탄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먼저 재판부는 이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학살의 가해자가 한국군이 맞는지에 대해 판단했습니다.
당시 해병대 제2여단 제1중대 소속 군인들이 응우옌 티탄 씨의 집에서 가족을 총으로 위협해 밖으로 불러낸 뒤 총격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우리 정부의 소멸시효 만료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국가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가 생긴 날로부터 최대 5년이면 그 시효가 끝나기 때문에, 정부는 이미 수십 년이 지나 소멸시효는 만료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부의 소멸시효 주장이 권리남용이라며 피해자인 원고가 그간 객관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사유가 있었다며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우리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로, 당사자인 응우옌 티탄 씨는 화상으로 기쁨을 전했습니다.
[응우옌 티탄 / 손해배상 소송 원고 : 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뻤습니다. 희생된 이들의 영혼이 저를 응원해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액 3천만백 원을 모두 정부가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판결문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금액 3천만 원을 100원 넘겨 청구한 건데, 재판부는 이를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이번 소송 원고는 한 명뿐이지만 다른 피해자들의 관련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부는 판결문을 검토하는 대로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YTN 최민기입니다.
YTN 최민기 (choim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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