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보태서 OOOO 사겠다”더니…한번 타보니 내리기 힘드네 [시승기]
동급 최초 무선 SW업데이트
차세대 인포테인먼트도 적용
준중형과 비슷한 가격이지만
취향 확고한 소비자들에 어필
진정한 의미의 경제적 자유를 이룩한 사람은 소비할 때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이것을 원하는가.’ 오직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뿐이다. ‘가성비(가격 성능 대비)’, ‘최소 비용과 최대 효과’ 등 합리성을 앞세운 세간의 기준은 어쩌면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가지지 못한 이들을 위한 변명일지 모른다.
현대자동차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디 올 뉴 코나’를 선택한 소비자는 자기만의 취향이 확고한 대표적인 사례다. “그 돈이면 스포티지를 사겠다” “조금 더 보태서 투싼을 사겠다” 등 툭툭 튀어나오는 타인의 한마디에도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마음 가는 대로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저 출고 가격의 2023년식 트림(세부모델·등급)을 기준으로, 코나는 2468만원(2.0 가솔린 모던), 스포티지는 2474만원(1.6 가솔린 터보 트렌디), 투싼은 2584만원(1.6 가솔린 터보 모던) 등이다. 코나 살 돈에 6만원만 보태면 준중형 SUV로 차량을 한 체급 키울 수 있다. 차는 클수록 좋다고 여기는 소비자라면 최종 선택의 순간에 무시하기 어려운 계산이다.
현대차는 최근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디 올 뉴 코나 시승회를 열었다. 2세대 신형 코나의 운전석에 앉아 왕복 약 77㎞ 거리를 주행하는 동안 머릿속에선 가격에 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1.6 가솔린 터보 2WD 인스퍼레이션’이었다. 보스(BOSE) 프리미엄 사운드(59만원), 주차 보조 시스템(98만원) 등 옵션을 포함한 차량 가격은 3377만원. 이 돈이면 최저 트림의 쏘렌토(3002만원)와 싼타페(3252만원)보다 비싸다. 풀옵션 차량과 기본 사양만 적용된 차량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행동은 상위 차급에 대한 욕심만 키울 뿐이다. 그러나 신형 코나는 세간의 기준과 내면의 소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소비자를 끝없는 번뇌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코나는 ‘룰 브레이커(Rule Breaker·규칙 파괴자)’를 자처하는 모델이다. 급(級) 구분이 뚜렷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코나는 소형 SUV라는 차급의 한계를 넘어서는 성능을 갖췄다.
신형 코나는 기존 소형 SUV에서 체험하기 어려웠던 상품성으로 무장했다. 소형 SUV 중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 구현을 목표로 차량을 항상 최신 사양으로 유지할 수 있는 무선(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능을 적용한 건 신형 코나가 처음이다.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ccNC, 빌트인 캠 2, 카페이와 연동해 실물카드 없이도 결제할 수 있는 ‘e 하이패스’ 기능도 동급 모델 중 처음으로 적용했다. 미세먼지 센서와 연계한 공기청정 모드 등 편의사양도 탑재했다.
신형 코나를 보자마자 눈길을 끌었던 건 달라진 외관이었다. 측면을 가로지르는 캐릭터라인은 역동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수평형 발광다이오드(LED) 램프에서 손잡이로 이어지는 굵은 선은 날렵함을, 뒷문 손잡이 부근에서 앞바퀴를 향해 대각선으로 떨어지는 오목한 선은 야구선수의 근육질 허벅지를 떠올리게 한다. 일자눈썹 모양의 전면 디자인이 생소한 이라도 신형 코나의 단아한 뒤태를 보면 마음이 누그러진다. 작지만 꽉 찬 느낌. 어디 하나 모나지 않고 다부진 후면 디자인은 ‘작은 거인’을 연상케 한다.
실내 공간은 전작보다 더 쾌적해졌다. 신형 코나의 전장과 축간거리는 4350㎜, 2660㎜로 이전 모델보다 각각 145㎜, 60㎜ 늘어났다. 전폭과 전고는 1825㎜, 1585㎜로 이전보다 각각 25㎜, 35㎜ 늘었다. 최소한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아 있는 동안에는 신형 코나가 소형 SUV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12.3인치 클러스터(계기판)와 12.3인치 내비게이션을 가로로 길게 연결한 ‘파노라믹 디스플레이’와 군더더기 없는 대시보드는 실내 개방감을 높였다. 기어 레버도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가 아닌 운전대 오른쪽 아래로 옮겨졌다. 7세대 모델 ‘디 올 뉴 그랜저’의 기어 레버와 같은 위치다.
2열 공간은 넉넉하다고 말하기엔 다소 아쉽다. 뒷자리에 키가 180㎝ 넘는 승객이 탑승한다면 비좁다고 느낄 수 있다. 다만 장신의 승객의 경우 웬만큼 큰 차가 아니고서야 2열 공간의 넉넉함을 체감하기 어려울 테니 꼭 코나만의 잘못이라 보기는 어렵겠다.
주행 성능은 경쾌하다. 운전대는 적당히 가벼워 조향 시 큰 힘이 들지 않는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뜸들이지 않고 곧장 속도가 붙는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10㎞ 넘게 속도를 내도 흔들림이 적고, 풍절음은 미미하다. 일정 속도를 넘어서면 바람소리와 잔진동이 휘몰아치지만, 일상생활에서 ‘분노의 질주’를 재연하는 게 아니라면 격렬한 풍절음과 진동을 자주 경험할 일은 없을 듯하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스마트스트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최고출력 198마력, 최대토크 27.0kgf·m(킬로그램포스·미터), 18·19인치 타이어 기준 복합연비는 ℓ당 12.2㎞ 등 효율적인 성능을 보인다. 실제 이날 시승에서 주행 모드를 ‘노멀’로 놓고 전체 시승 구간의 중간 지점을 향하는 동안의 연비는 ℓ당 12.4㎞, 돌아오는 동안에는 ℓ당 10.6㎞를 각각 기록했다. 복귀 구간 중 고속 주행이 가능한 자유로에서 분당회전수(rpm)를 4000 가까이 끌어올리며 엔진에 무리를 가했음에도 연비는 ℓ당 10㎞를 넘었다.
신형 코나를 운전하는 동안 또 하나 인상 깊었던 포인트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다. 차선이 명확한 구간에서 이 차는 차로 한가운데서 중심을 잡고 스스로 운전대를 꺾으며 침착하게 나아갔다.
출발지로 돌아와 시승을 마쳤다. 운전석에서 내려 주차장에 우뚝 선 코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름은 코나. 차급을 뛰어넘는 룰 브레이커를 표방하지만 준중형차로는 분류될 수 없는 존재. 그런 운명임에도 불구하고 동급의 모델들에선 찾아볼 수 없는 성능을 품은 존재. 왜 코나 차주들이 ‘차잘알(차를 잘 아는 사람)’ 훈수꾼들의 조언과 마음속 준중형차의 유혹을 물리치고 결국 코나를 택했는지, 그 이유를 알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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