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뉴롯데’가 되려면
신동빈 체제, 대대적인 변화 추구
젊은 리더들 도전·혁신 경영 지속
지배구조도 개편… 日 꼬리표 떼야
기자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출입처 역사의 명암을 가까이서 지켜보게 된다. 기자에게는 롯데 그룹이 그렇다. 출입 기자와 담당 데스크로 20년 넘게 롯데 그룹을 취재해왔다. 강산이 두 번 바뀌도록 롯데를 취재하면서 요즘처럼 ‘평탄해 보이는’ 시절이 있었던가 싶다. “요즘 같으면 일할 맛 난다”는 한 중견 팀장의 말이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롯데 창립 51년 만에 총수가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위기도 맞았다. 신동빈 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뇌물공여죄로 기소됐기 때문이다. 신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간 ‘형제의 난’ 또한 롯데그룹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입혔다.
잇따른 악재 속에서도 신동빈 체제는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롯데 그룹을 재계 5위에 올려놓았다. 2011년 2월 취임한 이후 신 회장은 20조원이던 롯데그룹 매출을 현재 80조원으로 4배 늘렸다. 2017년 10월 롯데지주를 출범시키며 지배구조 개편, 경영 투명성 강화, 글로벌 투자 등을 골자로 하는 ‘뉴롯데’ 기치를 내건 그는 대대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변화의 바람, 세기를 느낄 가늠자는 인사다. 안정보다는 쇄신에 무게를 실었다.
지난해 말 실시한 롯데 정기인사는 ‘젊어진 롯데’가 특징이다. 롯데 CEO 전체 54명 중 40∼50대 비중이 78%에 이른다. 신임 임원 중 40대의 비중은 46%다. 그 흐름에 신 회장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보의 상무 승진이 눈에 띈다. 2022년 5월 롯데케미칼의 일본 동경지사 상무보에 오른 지 7개월 만이다. 1986년생인 신 상무는 지난해 8월 신동빈 회장의 베트남 출장에 동행했다. 최근에는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밸류크리에이션미팅·VCM)와 ‘CES 2023’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는 신 상무에 대해 “매우 겸손하다. 회의 석상이나 대화 자리에서 메모를 하며 공부를 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오너3세 경영 시대 준비에 들어간 롯데그룹이 ‘뉴롯데’로 거듭나려면 젊은 리더들 중심의 혁신 노력이 필요하다. “생존을 위해 자기 혁신은 필수 불가결하며, 회사를 성장하게 하는 열쇠 또한 혁신하는 용기다”라는 창업주 정신을 되새겨야 할 때다.
CEO들과 임원들은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기업의 덩치를 키우고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코앞에 닥친 1∼2년만 보고 이익을 낼 방안만 찾는 CEO들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롯데 계열사 중에는 점포를 줄이고 인력 구조조정을 해서 매출은 늘지 않았는데도 영업이익이 좋아졌다는 것만으로 평가를 받았던 임원들도 있다. 기업의 미래보다는 자기 자리를 염두에 둔 처사 아닌가. 이런 문화, 관행을 도려내지 않으면 도전, 혁신 경영은 구호로만 남을 것이다. 특히 선배들로부터 꼬리를 물고 내려오는 협력사와의 ‘불공정’ 논란도 끝을 내야 한다.
아직 완전히 떨어내지 못한 ‘롯데=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 개선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국민들 사이에 반일 정서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롯데는 일본과 정치, 경제적 갈등이 빚어질 때마다 유무형의 피해에 노출됐다.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한 이유다. 호텔롯데가 국내 증시에 상장되면 일본계 지분율이 99%에서 50~65% 수준까지 떨어진다. 비로소 일본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국민들에 ‘뉴롯데’로 인식될 것이다.
김기환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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