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윤석열 대통령께 보내는 편지

입력 2023. 2. 7.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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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그래핀 양산·나노신약 등 개발 박차
가이드라인 신속 마련·적극 지원 따라야

존경하는 윤석열 대통령님께. 먼저 CES 2023 혁신상 수상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해 주시고 격려해 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2일 제가 준비한 손편지를 보시고 대통령실에서 신속 검토 지시를 내려주신 덕분에 관계 부처들로부터 바로 연락이 왔습니다. 담당자들께서 주말에도 출근해서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좀 더 용기를 내어 지난 손편지에 보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간절한 제안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 글로벌 스탠더드를 선도하는 벤처기업을 적극 지원해 주셨으면 합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혁신기술의 경우 아직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고 당연히 국제적 기준이나 표준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혁신기술 아이템을 발굴해 집중 지원해야 현재 한국 위상에 걸맞은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일자리를 창출할 뿐 아니라 미국 실리콘밸리 등으로의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병희 그래핀스퀘어 대표
CES 최고혁신상을 받은 그래핀스퀘어의 경우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꿈의 신소재인 그래핀을 양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2년 전 본사를 수도권에서 포항으로 이전하고 포항시, 포스코, 포스텍 등과 그래핀 밸리를 구축해 전 세계 기업들과 인재들을 유치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그래핀 플래그십 프로젝트에 1조3000억원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제조 2025 프로젝트에 그래핀 기술을 포함한 중국은 5개 이상의 그래핀 산업단지와 2000개 이상의 그래핀 기업에 수조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어렵게 확보한 그래핀 기술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포항 그래핀 밸리 등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두 번째, 벤처기업에는 시간이 돈입니다. 각종 규제와 절차에 묶여 사업 진행이 늦어지면 기회를 놓칠 뿐 아니라 생존이 어려워집니다. 예컨대 최근 코로나19 백신에 응용된 지질나노입자(LNP)의 대성공 이후 전 세계에 나노신약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가이드라인조차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희가 창업한 바이오그래핀을 비롯해 많은 신약 벤처들이 미국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나노신약의 잠재력에 주목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나노의약품 특성에 맞는 평가항목 가이드라인을 조기에 확립해 이미 수많은 나노신약 물질의 임상시험에 적용 중입니다. 반면 국내에서는 가이드라인과 규제의 부재로 아직 단 한 건의 임상 승인 사례도 없는 실정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신속하게 그래핀양자점을 포함한 나노신약물질 가이드라인과 규제를 만들어 시행한다면, 나노신약을 개발하는 벤처기업들이 한국에서 꿈을 이루고 대한민국이 ‘나노신약의 메카’로 발돋움할 것입니다.

경북 포항에 나노신약개발 규제특구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드립니다. 포스텍, 가속기연구소, 나노융합기술원, 자유경제무역지구를 중심으로 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인프라를 바탕으로 포스텍 의대 및 임상병원 유치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나노신약 전임상 및 임상시험을 촉진하는 규제 특구를 신설한다면, 우리나라가 나노신약 분야에서 새로운 글로벌스탠더드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세상을 바꾸는 혁신기술은 기초과학의 힘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래핀스퀘어와 바이오그래핀의 원천기술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연구재단이 지원한 기초연구로 시작됐습니다. 양자센서, 양자통신, 양자컴퓨터 등의 미래기술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수학, 물리, 화학 등의 기초과학 인재를 집중적으로 육성해야만 합니다. 당장의 반도체 인력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기초과학을 희생한다면 반도체 이후에 도래할 혁신 시대를 대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과학자와 벤처기업인들은 대한민국의 미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밤낮으로 일하시는 대통령님의 뜻에 부응해 더욱 강한 대한민국, 더욱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많은 기여를 하고자 합니다.

홍병희 그래핀스퀘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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