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같은 ‘운명’…박병호, 바로 너
WBC 대표팀 중심타자 ‘중책’
4년 만에 태극마크 마지막 기회
이강철 감독 고민 풀 해결사로
박병호(37·KT)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대표팀에서도 ‘구원자’로 나선다.
WBC 대표팀은 지난 6일 대회 출전에 대해 소속 구단 동의를 끝내 받지 못한 메이저리거 최지만(피츠버그)을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대체 선수로는 외야수 최지훈(SSG)을 선택했다. 강타자이며 1루수인 최지만과 전혀 다른 유형의 최지훈을 주전 아닌 대주자·대수비 자원으로 최종 엔트리에 보강했다. 박병호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팀이 뽑았던 엔트리에 1루수는 박병호, 최지만, 강백호(KT)까지 3명이었다. 최지만을 선발 1루수로 놓고 박병호에게 지명타자를 맡기면서 경기에 따라서는 강백호와 백업 1루수를 나눠맡기는 구상이었다. 박병호의 수비는 대단히 안정적이지만 지난 시즌 막바지에 발목을 다쳐 재활을 마친 뒤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지만이 출전할 수 없게 되면서 결국 박병호가 주전 1루수가 됐다. 강백호가 1루 백업, 그리고 외야수인 김현수가 필요할 때는 1루 수비를 소화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지만의 대체 선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박병호의 존재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조범현 기술위원장은 “처음에는 똑같은 1루수로 보강하려고 논의했다. 박병호의 발목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강철 감독이 직접 확인을 했다. 트레이너를 통해 대회에서 1루 수비를 뛰는 데 문제없다는 확인을 받았다. 박병호가 있으니 백업은 강백호, 김현수도 가능한 상황에서 수비를 위해 1루수를 보강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다른 포지션 선수를 뽑았다”고 설명했다. 박병호는 미국 캠프로 향하던 시점에 “발목은 거의 완전한 상태”라고 했다.
KBO리그 최다 홈런왕 기록을 가진 박병호는 지난 시즌 KT로 이적하면서 홈런왕 타이틀을 되찾고 완전하게 부활했다. 이번 대표팀에서 박병호 이상의 장타력을 가진 타자는 없다. 최지만이 빠진 이상 박병호는 대표팀의 장타를 책임지게 됐다. 4번 타자도 박병호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KBO리그의 최고 1루수인 박병호는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가 돼서 KT로 이적하면서 지명타자를 맡기로 해 KT 기존 1루수였던 강백호의 뒤를 받쳐주고자 했다.
그러나 강백호가 개막 전 부상을 당하고 장기 공백을 가지면서 박병호는 개막부터 풀타임 주전 1루수로 뛰었고 KT를 가을야구로 이끌며 홈런왕에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3년 만에 탈환했다. 사실상 지난 시즌 KT를 구원한 박병호를 두고 이강철 감독은 “박병호 영입 안 했으면 어떻게 됐을지 아찔하다”며 시즌 내내 그 존재감과 기여도를 강조했다.
이번 WBC는 박병호가 4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마지막 국가대표 기회라 각오하는 대회다. 이강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공교롭게도 또 계획과 달리 1루수, 중심타자 구상이 틀어졌다. 다행스럽게도 그 자리엔 또 박병호가 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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