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한국 증시에 ‘투자자’ 케인스를 소환한다면?[윤지호의 투자, 함께 고민하시죠]

기자 2023. 2. 7.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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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경제학자들이 투자에 능한 건 절대 아니다. ‘경제학자는 주식투자에 젬병이다’라는 사람들의 비아냥까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학자는 이론적으로 경제를 연구하는 많은 군중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틀린 소리도 아닐 것이다. 그리고 대다수 군중은 주식투자에 그리 성공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경제학자의 투자 실패를 비웃는 농담은 월가에 넘쳐난다. ‘경제를 그렇게 연구했는데? 우리보다 잘 알 텐데? 근데 투자성적은 왜 그 모양이야?’ 이런 놀림거리에서 벗어난 이가 있다. 고전학파의 오랜 정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학으로 첫발을 내밀었던 경제학자 케인스이다.

케인스는 1883년에 태어나 1946년에 죽었다. 그는 철학자이자 수학자였고, 동시에 정치가면서 경제학자였다. 경제학자로서 케인스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지만, 그가 일생을 통해 투자가로서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케인스는 사망 당시 47만9529파운드, 오늘날로 환산하면 대략 1900만달러에 달하는 유산을 남겼다. 이 가운데 40만파운드를 약간 상회하는 액수가 유가증권이었다. 총자산의 90%가 주식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는 전 생애에 걸쳐 부동산을 거의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증권 외에 그가 투자한 건, 그림과 희귀서적이었다.

그의 투자일생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1929년 가진 돈의 전부를 잃었고, 이후에도 돈을 잃었다가 버는 과정을 반복했지만, 1932년 이후부터는 꾸준히 돈을 벌었다. 특히 그가 운용을 전담했던 킹스칼리지 펀드는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 그의 투자이론은 1936년 발간된 <화폐, 고용 및 일반이론> 12장에 살짝 내비친다. 투자와 투기를 구별하고, 기대와 불확실성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그의 투자관이 담겨 있다.

1932년 이후 케인스가 돈을 번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장기에는 우리 모두 죽는다’라며 장기 정책 내지 장기적 사고를 비판했던 케인스가 장기투자자로 변신하면서 이룬 성과였다. 경제나 시황이 아닌 장기적인 기업가치에 집중했고, 호황기보다 불황기에 투자하는 역발상 투자자에 가까웠다. 장기적 투자로 케인스는 사망 시점까지 재산을 크게 늘린다. 케인스는 보험회사 사장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올바른 투자방법이란 스스로 잘 알고 있거나, 경영방식에 대해 믿음이 있는 기업에 큰돈을 집어넣는 것이다.” 케인스가 아닌 워렌 버핏이 보낸 편지라 해도 이상하지 않다.

2023년 2월 한국 증시에 케인스를 소환한다면, 그는 어떤 행동을 할까? 아마도 경기침체 우려에 맞서, 시류에 역행하는 역발상 투자자로 나설 것이다. 파월의 한마디 한마디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안전 마진이 확보된 기업 찾기에 집중했을 것이다. 지금은 케인스의 혜안을 떠올리게 하는 시점이다. 뒷걸음치지 말자. 연초부터 코스피가 한걸음에 올라서자 지레 겁먹은 투자자가 너무 늘었다. 물론 시장의 소음은 사이렌의 마녀처럼 투자자를 유혹한다. 물가가 잡혀도 경기를 살리기 위해 연준이 금리를 멈추거나 내리면, 오히려 증시가 붕괴될 거야! 결국 경기침체를 피할 수 없고, 기업실적 악화는 이제 시작이니 주가가 한번 충격을 보이고 난 뒤에 주식을 매수해도 늦지 않아! 율리시스가 돛대에 몸을 묶고 유혹에서 벗어났듯이, 투자자들은 케인스의 혜안에 의지해 매크로 소음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2023년 1월과 2월, 코스피는 완연한 상승세에 들어섰지만 투자자들의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케인스는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자가 비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가격과 가치의 괴리가 출현함을 알고 있었다. 이런 불확실성을 이겨내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가격과 가치 사이에 더 큰 안전지대를 확보해야 한다. 1938년이 아닌 2023년에도 투자자는 동일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 바로 지금, 좋은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살 수 있는 좋은 시점인가? 다시 말해 안전마진이 확보된 구간인가? 내 대답은 ‘그렇다’이고, 아마도 케인스의 답도 그러할 것이다. 모든 결정이 어렵지만, 투자자들도 이제 피하지 말고 행동으로 답을 해줄 때가 되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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