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에 국내 첫 ‘건식저장시설’ 추진
한국수력원자력이 부산 기장군 고리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에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기 위한 경수로 ‘건식저장시설’ 건설을 국내 처음으로 추진한다. 원전 내 습식저장시설 포화 시점이 임박한 만큼 건식저장시설을 새로 지어 보관하겠다는 의도다. 지역사회에서는 건식저장시설이 자칫 영구 처분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고준위 특별법 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반발했다.
한수원은 7일 서울 중구 방사선보건원에서 이사회를 열어 ‘고리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 기본계획(안)’을 의결했다. 건식저장시설은 사용후핵연료가 저장된 금속용기를 건물 안에 저장하는 방식이 될 예정이다.
고리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포화율은 지난해 12월 기준 87.6%에 달했으며 저장 수조는 2031년이면 가득 차게 된다.
현재 원전 대부분은 부지 내에 있는 ‘습식저장시설’에 사용후핵연료를 두고 일정 기간 열을 식힌다.
냉각 과정을 거친 사용후핵연료는 ‘중간저장시설’로 옮긴 후 ‘영구처리시설’에 보관해야 하지만 따로 부지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한수원은 한시적으로 건식저장시설에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고, 이후에 중간저장시설이 생기면 옮기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원전 부지에 경수로 건식저장시설이 건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수로 방식 원전의 건식저장시설은 경북 경주 월성 원전에서 1992년부터 운영 중인 임시저장시설(맥스터)이 있다.
계획안에 따르면 설계, 인허가, 건설 등에 총 7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설은 고리 원전의 저장 용량이 포화하기 전인 2030년 운영을 목표로 한다.
한수원은 “가동 중인 원전의 지속 운전으로 전력 공급 안정은 물론, 고리 1호기 적기 해체를 위한 사용후핵연료 반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는 일단 건식저장시설을 지으면 결국에는 원전 부지가 고준위 방폐물의 영구 처분장이 될 가능성을 걱정하며 반발하고 있다. 고리 원전이 위치한 부산 기장군은 “투명한 정보공개와 주민동의 절차 없는 건설 추진에 반대한다”며 “건식저장시설의 명확한 법적 근거로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 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에너지정의행동은 “고준위 핵폐기물의 처분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하지 못한 상황을 고려할 때 임시저장시설이 건설되면 영구 처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충분한 의견수렴 없는 계획안 반대, 용지 내 저장시설 설치·운영사항의 법제화, 용지 내 저장시설의 장기간 운영에 대한 후속 조치와 운영계획 마련 등을 촉구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심사와 논의가 진행 중이다.
박상영·권기정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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