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안 보고 계약금 보내더라”…자취 감추는 급매물, 매수심리 재점화되나
휴일에도 “하루 종일 예약 다 차”
매수 문의 늘면서 호가 올리기도
노원·도봉·강북 중심 실거래 증가
“추세 반등 여부 봄까지 지켜봐야”
“7억8000만원 ‘급매물’이 나와서 계약 의향이 있음을 밝히고 다음날 대출 상담을 마무리하던 중 집이 나갔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부동산에선 남은 매물이 별로 없다며 8억7000만원 주택을 권하더군요. ‘지금 분위기상 이것도 언제 나갈지 모른다’며 살 의향이 있으면 가계약금 2000만원이라도 걸라고 제안했어요.”(신혼부부 A씨·33세)
요즘 서울 강북과 수도권 일부 지역 부동산중개업소에는 A씨 같은 손님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의 ‘1·3대책’ 발표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데다, 9억원 이하 주택은 소득 요건 없이 연 4%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 적용 대상이기 때문이다. 9억원대 이하 주택이 대거 몰려 있는 ‘노원·도봉·강북’ 등 동북권을 중심으로 실거래도 늘고 있다.
지난 5일 기자가 서울 동대문구 래미안크레시티 인근 중개사를 둘러본 결과 일요일인데도 상가 1층을 가득 채운 부동산중개업소들이 대부분 문을 열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신설 등 대형 개발 호재가 있는 청량리 일대의 ‘대장 아파트’인 이 단지는 지난달 전용면적 84㎡가 10억5000만원에 중개 거래됐다. 2021년 9월 최고가(17억원)보다 약 38% 떨어졌다.
“주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풀 예약이에요.” B공인중개사는 매물을 보러가는 내내 밀려드는 상담 전화에 휴대폰을 놓지 못했다. B중개사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이후 현금 여력이 있는 젊은 부부들의 매수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했다. 또 분위기 변화를 감지한 집주인들은 갑자기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신축 아파트가 50% 폭락했다는 언론 보도로 화제가 된 인천 연수구 송도의 C공인중개사도 “지난해까지는 손님 비중이 매도자 100이었다가 올해 초 매도자와 매수자 70 대 20으로 바뀌더니 설 연휴를 기점으로 매수자 100으로 전환됐다”고 했다.
기자가 ‘집값이 더 떨어지지 않겠냐’고 묻자, 공인중개사들은 정부의 규제완화 이후 실제 계약 건수가 늘었음을 강조했다.
동대문구 B공인중개사는 “한 매수자는 매물을 직접 보지도 않고 전화로 집 컨디션과 타입만 물은 뒤 계약금부터 보냈다”고 말했다. 성북구 D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이 다시 가격을 올리고 있어 이보다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급매를 노린다면 지금이 저점 매수 기회”라고 했다.
기자가 서울 강북 지역 10여개 매물의 호가를 살펴보니, 대부분이 2021년 최고점 당시 실거래가보다는 30%가량 하락했고, 직전 최저가보다는 10~20% 정도 비쌌다. 세입자 보증금 반환이나 고금리를 감당하지 못한 ‘급매물’은 설 연휴를 기점으로 이미 대부분 소진됐고, 남은 것들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관망세를 유지하며 힘겨루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의 규제완화 이후 집값 하락세가 둔화하고 실거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봄 이사철까지는 이러한 경향이 이어져야 변화의 시그널로 볼 수 있다”며 “1월 한 달 동안의 거래량 증가나 집값 낙폭 둔화만으로 전환을 말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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