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위원 추천’ 요청해놓고 추천했더니 ‘패싱’한 복지부
정부 ‘노조 탄압’ 시점과 맞물려…“개선 의지 없는 것” 비판
보건복지부가 사회복지사 처우 개선을 위한 정부 위원회를 꾸리면서 민주노총에 ‘위원을 추천해달라’는 공문까지 보내놓고, 막상 실제 출범할 때는 노조 추천 위원을 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 측은 복지부가 법적으로 당사자 대표성을 보장받는 노조를 처우개선 논의에서 ‘패싱(무시)’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출범한 제1기 ‘사회복지종사자 처우개선위원회(처우개선위)’ 명단에서 민주노총 측 위원을 최종 배제했다. 처우개선위는 지난해 6월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사회복지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처음 설치됐다. 1기 처우개선위는 2024년 12월까지 활동하며 사회복지사업법상 사회복지법인·시설 종사자의 처우개선과 적정 인건비 기준 등을 마련한다.
민주노총은 사회복지사법 시행령이 입법예고 중이던 지난해 3월4일 복지부에 “사회복지종사자의 처우를 결정하기 위한 위원회라면 노동자 당사자를 대표하는 전국단위노조나 총연합노동단체도 들어가야 한다”고 의견을 보냈다. 또 “사회복지노동자의 임금·수당 등 처우와 관련된 내용은 반드시 노조 대표가 (함께) 논의해야 절차적, 법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노총의 의견은 시행령에 최종 반영되지 않았지만, 복지부는 이 의견을 귀담아들었다. 복지부는 시행령이 의결된 뒤인 지난해 9월22일 민주노총에 공문을 보내 “귀 단체의 적격자 1인을 추천 의뢰하니 9월30일까지 공문을 회신해달라”고 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사회서비스·돌봄노동정책 담당인 우문숙 정책국장을 위원으로 추천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16일 출범한 1기 처우개선위 위원 명단에는 노조 측 인사가 없었다. 15인으로 구성된 위원회에는 위원장인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과 전문가, 사회복지법인장, 시민단체, 변호사, 관계공무원 등만 포함됐다. 당사자 대표로는 사회복지사 관련 협회 3곳의 임원이 참여했다.
민주노총은 반발했다. 우 정책국장은 “처우개선은 임금과 복지 아닌가”라며 “그런 논의를 당사자를 빼고 교수나 협회하고만 한다는 건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어긴 것이고 처우개선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에서는 정부의 ‘노조 탄압’이 본격화한 시점에 노조 측 위원이 돌연 배제된 점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양측의 공문이 오간 지난해 9~12월은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노조에 대한 공격 수위를 급격히 높여가던 때였다.
복지부는 민주노총의 사회복지종사자 대표성이 다른 협회보다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민주노총 조합원 중 사회복지종사자들은 재가요양복지사나 보육교사 등이라 (처우개선위가 담당하는) 사회복지사업법이나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적용받는 종사자들이 적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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