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SM 지분인수 발표에... 이수만 “최대 주주인 나도 몰랐다”
카카오가 SM 2대 주주 자리에
李 “지분 매각 이사회 법적 대응”
국내 대형 음반 기획사 SM의 최대 주주인 이수만(71) 전(前) 총괄프로듀서가 앨범 기획 관련 전권을 내려 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이른바 ‘SM 3.0′ 계획을 3일 공식 발표<본지 6일 자 A16면>한 이후 의외의 상황이 발생했다. ‘K팝 대부’의 아름다운 퇴진으로 알려졌지만, 그가 7일 법적 소송을 예고한 것이다.
◇이수만 “창업주 몰아내기” 반발
카카오는 7일 SM이 발행한 123만주 규모 신주와 전환사채 114만주를 인수하면서 SM 전체 지분의 9.05%(약 2171억5200만원)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카카오가 SM의 2대 주주로 전격 부상한 것이다. 카카오는 이날 지분 인수 발표와 함께 카카오엔터와 SM과의 3자 업무 협약을 맺었고, ‘글로벌 K팝 음반 기획’ ‘공동 글로벌 오디션’ ‘AI 기술 및 공연 개최’ 등 협업 계획을 밝혔다. SM은 재작년부터 조회 공시 답변 등을 카카오·네이버·CJ ENM이 지분 인수를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이날 결국 SM은 카카오의 손을 잡았고 “해피엔딩”이란 자평을 밝혔다.
하지만 이수만의 반응은 달랐다. 3일 발표 당시에는 별 반발이 없었던 그가 이날의 SM 지분 매각 뉴스에는 반발했다. 그는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SM의 지분 매각은 최대 주주(이수만) 동의 없이 결정된 것”이라며 “위법한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에게 민형사상 모든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재를 “회사의 경영권 분쟁 상황”이라 지칭했다.
◇SM, 행동주의 펀드 먹잇감 됐나
2010년부터 사내 등기 이사를 물러난 이수만에게 회사 경영에 관한 이사회 의결을 당장 반대할 권한은 없다. 하지만 화우 관계자는 “상법과 SM 정관은 제3자에게 막대한 물량의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해 (주주) 지배권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경영상 목적 등) 예외적인 경우만 허용한다. 이번 SM의 지분 매각은 그렇지 않고, 경영권 분쟁 상태에서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르면 내일 (SM 이사회의) 신주 발행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SM은 특히 이번 지분 매각의 이유로 지난 3일 발표한 새 경영 방침 SM 3.0 중 하나인 음반 유통 자회사 설립 등에 쓸 자본금 조달을 들었다. 반면 이수만은 “SM은 현재도 상당한 현금 유동성 자산을 갖고 있어 굳이 지분을 매각할 이유가 없다”며 “현금이 없으면 주주 배정 방법도 있는데 굳이 제3자를 지정해 매각한 건 지배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사에 돈이 부족하지도 않은데, 대주주에 맞설 세력을 모으려고 굳이 신주까지 발행해 카카오를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SM 3.0 은 특히 SM의 소액 주주(1%대)이자 행동주의 펀드(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 측의 요구였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이수만이 자신의 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 SM과 총괄 PD로서 계약을 맺고, SM 내 음반 기획 전권과 고액 자문료를 챙겨온 구조를 문제 삼았다. 지난해 10월부터 이사회 의사록 및 회계장부 열람, 등사를 요청하며 이수만과 특수 관계인들이 지분을 가진 SM 관계 기업의 거래 자료 등을 요구했고, 올해 초 지배 구조 개선을 이유로 주주대표소송까지 예고했다. 결국 지난달 20일 이성수·탁영준 SM 공동대표가 소송 취하를 조건으로 얼라인 측의 요구 사항을 전격 수용한 것이 이번 SM 3.0 발표의 배경이었다는 의미다.
이수만 측을 대변하는 화우에 따르면 “최대 주주도 지배 구조 개선 의지를 갖고 있었는데, 세부 논의 과정에서 얼라인 쪽 입장만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최대 주주 동의를 받지 않은 부분들이 발표됐다”고 했다.
내분 조짐은 지난 5일에도 불거졌다. SM 소속이자 SM 자회사 SM C&C 사외이사를 지낸 배우 김민종이 SM 전 직원에게 “두 공동 대표가 이수만 선생님과의 모든 대화를 두절하고 내부와 어떤 상의도 없이 일방적인 발표와 작별을 고했다”며 ‘SM 3.0′을 비판하는 사내메일을 보낸 것이다. 하지만 같은 날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SM 사내 게시판에는 “언제까지 이수만에게 의지해야 하나” 등의 반대 여론 또한 줄이었다.
업계에선 향후 이수만 측이 3월 예정된 SM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재구성 안건을 두고 표 대결로 의견을 피력하거나, 주주제안을 통해 대표이사 교체를 시도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수만은 18.8%로 SM의 최대 지분 보유자지만, 지난해 3월 주총 때부터 국민연금(8.96%), KB자산운용(5.12%) 등 SM의 16개 기관투자자 대다수가 얼라인 측 감사인 선임에 찬성하는 등 이수만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향후 카카오가 9% 지분으로 현 경영진의 전략적 파트너로 나서게 되면 이수만의 SM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축소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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