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인기가 배구만 못하다?... 박찬숙, 18년만에 코트 복귀한 이유는

박정훈 기자 2023. 2. 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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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만에 코트 복귀한 박찬숙
서대문구 여자농구단 감독 선임
3월 창단… 구단 사령탑은 처음
박찬숙 서대문구 여자농구단 초대 감독은 “오랜만에 코트에 돌아와 설렌다”며 “간절하지만 뛸 곳이 없는 선수들을 선발해 화려한 공격 농구를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김지호 기자

“몸은 오랫동안 떠나 있었지만 마음은 늘 코트에 머물러 있었어요. 화끈하고 시원한 공격 농구 기대해주세요.”

한국 여자 농구의 ‘전설’ 박찬숙(64)이 다음 달 창단하는 서울 서대문구 여자실업농구단의 초대 감독으로 팀을 이끈다. 고교 1학년 때인 1975년 최연소 여자농구 국가대표로 발탁된 후 1979년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 은메달, 1984년 LA올림픽 은메달 획득을 견인한 그는 한국 여자농구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다. 7일 서울 서대문문화체육회관에서 만난 박찬숙은 “항상 기다려왔던 일이 이뤄져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말했다.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낸 그에게 지도자로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 친정팀 태평양화학에서 코치를 맡고, 2005년에는 한시적으로 운영되던 동아시아대회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으나, 한 구단의 사령탑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이끌 서대문구 실업농구단은 프로팀과 실업팀을 통틀어 첫 서울 연고 여자농구팀이다. 현재 여자실업농구팀으로는 김천시청, 사천시청 등이 있다. 오는 5월 경북 김천에서 열리는 전국실업농구연맹전이 서대문구 실업농구단의 데뷔 무대가 될 전망이다.

그는 “지도자로서 목표는 당연히 우승할 실력을 갖추는 것”이라며 “롱런하면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2023년 2월 7일 서울 서대문 문화체육회관 대체육관. 3월 창단 예정인 '서대문구 직장운동경기부 여자농구단' 초대 감독으로 선임된 박찬숙 감독이 포즈를 취했다. /김지호 기자

박찬숙은 자신의 뒤를 이어 국가대표팀 특급 가드로 활약했던 손경원(54)을 코치로 선임했으며, 오는 20일 입단 테스트를 통해 이달 안으로 선수단 구성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실업팀이기에 농구를 단순히 취미로 즐기는 이들이 아닌 3년 이상의 선수 경력을 보유하고 농구협회에 가입한 ‘진짜 선수’만이 선발될 수 있다. 그는 “농구가 간절하지만 뛸 곳이 없어 꿈을 펴지 못했던 선수들을 뽑아 프로팀에서 탐낼 만큼 잘 키워낼 것”이라고 했다.

그가 현장 복귀를 결정한 데는 최근 여자농구 인기가 여자배구에 밀려 하락세라는 위기의식도 있었다. “정말 자존심 상하는 상황이죠. 주변에서 ‘그 나이에 감독을 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도 했는데, 흔쾌히 수락한 데에는 조금이라도 여자농구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었던 마음도 컸어요.” 그는 “수비에 치우친 전술로 요즘 농구가 지루하다는 비판을 듣는데 우리는 화려한 기술의 ‘공격 농구’를 선보여 팬들을 경기장에 불러모으겠다”고도 했다.

그의 농구단 감독 취임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31일 그와 함께 LA올림픽 은메달을 합작한 또 다른 전설 김영희가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박 감독은 “영희는 키가 나보다도 커서 상대하기 까다로웠던 선수”라며 “큰 신체 조건으로 인한 스피드 열세도 이겨내고자 피나는 노력을 기울일 만큼 성실했는데 은퇴 후 병마와 싸운 기간이 너무 길어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박찬숙은 코트를 떠나 있었지만, 체육계 중진으로 대한체육회 부회장, 한국여자농구연맹 경기운영본부장을 맡아 여자농구를 챙겼다. 배우로 활동 중인 딸(서효명)과 함께 예능에 출연하기도 했다. 1년 전엔 시니어 모델로 도전해 무대에도 두 차례 섰다. 박 감독은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즐겁다”며 “가끔 집에서 모델 포즈 연습을 하면 모델 출신 아들(서수원)이 지도해주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그래도 ‘영원한 농구인’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농구장을 지키겠다는 집념 하나는 변함없을 거예요.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영원한 농구인 박찬숙’으로 제 이름 석 자를 영원히 남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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