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한국 정부 배상책임 첫 인정
[앵커]
베트남전 당시 파병된 한국군은 모두 32만 명쯤 됩니다.
그곳에 간 청년들과 베트남의 평범한 시민들.
우리나라 곳곳에 세워진 참전 기념비와 베트남 곳곳에 세워진 희생자 위령비에서 볼 수 있듯 같은 역사의 현장에 있었지만 기억은 서로 다릅니다.
3년전, 한 베트남인이 한국군에 의해 가족을 잃었다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오늘(7일) 법원이 당시 우리군의 불법행위가 있었다며 한국 정부의 배상책임을 처음 인정했습니다.
민정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베트남의 작은 마을 '퐁니'에 살던 응우옌 티 탄 씨.
전쟁이 한창이던 1968년 2월 12일, 한국군의 총격에 가족을 잃었다며, 2020년 우리 정부를 상대로, 3천만 1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응우옌 티 탄/지난해 8월 : "학살로 제 가족 다섯 명을 잃었습니다. 오빠가 중상을 입었고, 저도 배에 총을 맞아 크게 다쳤습니다."]
3년간의 심리 끝에, 재판부는 당시 우리 군의 '불법 행위'가 있었다며 원고가 청구한 배상액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한국군이 총으로 위협하며 응우옌 씨 가족을 방공호 밖으로 나오게 했고, 뒤이어 총격을 가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당시 어머니는 외출 중이라 화를 피했지만, 이후 한국군이 마을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 사살할 때, 결국 희생됐다는 사실도 인정했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우리 군이 가해자임을 증명할 수 없고, 총격에 대해서도 정당방위로 볼 수 있다"고 변론해 왔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 '베트남인이 한국 법원에 소송을 낼 수 없다'거나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박진석/응우옌 씨 측 변호인 : "사법기관이 베트남 전쟁에서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위로문과 사과문을 이 판결을 통해서 보냈다고 생각을 합니다."]
베트남 현지에서 소식을 전해 들은 응우옌 씨는 "재판부와 한국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응우옌 티 탄/'학살 사건' 피해자 : "승소 소식을 듣고 너무도 기뻤고 즐거웠습니다. '학살 사건'의 영혼들이 저와 함께하며 저를 응원해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판결은 베트남전 당시 일어난 민간인 피해에 대해 군인 '개인'이 아닌 '군' 차원의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습니다.
더불어 '우리 정부'의 배상 책임도 명시됨에 따라, 앞으로 비슷한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촬영기자:조세준/영상편집:김종선/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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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희 기자 (jj@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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