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5700여채 ‘폭삭’… “영하 추위에 24시간이 골든타임” [튀르키예 강진]
에르도안 국가 애도기간 발표
피해 10개 지역 비상사태 선포
진원지 얕고 새벽시간 발생
저체온증 사망자 속출 우려
추가붕괴 계속 발생 가능성
세계 45개국서 지원 의사 전달
앙숙 그리스도 보급품 등 보내
尹대통령 “형제국에 깊은 애도”
구조대 118명 급파… 역대 최대
63억 규모 인도적 지원도 제공
울부짖는 시민들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에 걸쳐 규모 7.8의 대지진이 발생한 지 하루 뒤인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주의 폐허가 된 잔해 옆에서 두 명의 시민이 껴안은 채 흐느끼고 있다. 하타이=로이터AFP연합뉴스 |
캐서린 스몰우드 WHO 유럽지부 선임비상계획관은 앞서 사망자가 2600여명으로 집계된 시점에 “추가 붕괴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망자가 초기 집계보다 8배(약 2만명)까지 증가하는 상황도 발생하곤 한다”고 AFP에 말했다.
한명이라도 더… 튀르키예 수색·구조대원들이 6일(현지시간) 남부 하타이주 이스켄데룬에서 날이 저물자 헤드램프를 켠 채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뒤지며 생존자를 찾고 있다. 이날 새벽 인근 가지안테프를 강타한 규모 7.8 지진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여진과 궂은 날씨로 수색·구조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이스켄데룬=EPA연합뉴스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오는 12일까지 일주일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또 지진 피해를 입은 10개주를 재난지역으로 설정하고 이들 지역에 3개월간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정부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전 세계 45개국이 지원 의사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군 수송기를 이용한 구조 인력 급파와 긴급 의약품 지원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분들에게 깊은 애도를 보낸다”며 “튀르키예는 6·25전쟁에서 피로 맺어진 ‘형제의 나라’다. 우리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도울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단일 해외 파견 규모로는 역대 최대인 118명 규모의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를 급파했다. 500만달러(약 63억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도 제공하기로 했다.
붕괴된 고대 유적 이번 지진으로 붕괴된 시리아 알레포의 고대 성채. 알레포 성채를 비롯해 튀르키예 가지안테프성, 디야르바크르 성채와 헤브셀 정원 등 오랜 역사를 지닌 많은 문화유산이 이번 지진으로 손상을 입었다. 알레포=로이터AFP연합뉴스 |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구조대를 보내기로 했다.
다만 시리아 정부는 이스라엘의 원조 의향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당국자는 AFP통신에 “수십 년간 시리아인을 죽여온 살인자에게 어떻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시리아에 속해 있던 골란고원을 점령한 이후 양국은 사실상 전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진원 깊이가 17.9㎞로 비교적 얕은 까닭에 에너지가 큰 손실 없이 지표면까지 전달된 데다 사람들이 건물 안에서 곤히 잠을 자던 오전 4시17분에 일어나 피해가 더욱 커졌다. 이번 지진 발생 지역은 200년 이상 지진 전조나 경고 신호가 없었기에 대비 수준도 낮았을 것이라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카르멘 솔라나 영국 포츠머스대 박사는 “불행하게도 터키 남부와 시리아는 내진 인프라가 부족하다”며 “생명 구조는 이제 사후 대응에 달렸다. 앞으로 24시간이 골든 타임이고 48시간이 지나면 생존자 수가 급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지안테프의 한 상인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깬 뒤 휴대전화 손전등에 의지해 옷을 입고 서둘러 집에서 빠져나왔다”며 “1999년 대지진 때 이스탄불에 있었는데, 이번이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1999년 튀르키예 이즈미트에서 규모 7.6 지진이 일어나 인근 이스탄불까지 영향을 미친 바 있다. 당시 1만7000여명이 사망했다.
잠옷 바람으로 황급히 집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 모닥불을 쬐며 추위를 피하는 일도 부지기수여서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자 속출도 우려된다. WHO는 어린이 140만명을 포함한 2300만명이 지진 피해에 노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2011년부터 10년 이상 내전에 신음해 온 시리아 상황은 더욱 참담하다. 북서부 알레포의 무너지는 건물 속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아나스 압바시는 “전쟁의 포탄과 총알보다 무서웠다”고 했다. CNN방송은 알레포주 진디레스 마을의 건물 잔해 아래서 갓난아기가 싸늘하게 식은 주검으로 돌아오자 아버지가 흐느끼며 아이 볼에 입을 맞추는 영상을 내보냈다.
하얀 헬멧은 “폭풍과 눈보라가 몰아치는 혹한 속에서 건물이 무너지거나 큰 균열이 발생한 가운데 안전한 대피처와 의료 서비스가 부족한 재앙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난방 연료 부족, 콜레라·코로나19 등 질병 확산 등으로 안 그래도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정부는 피해가 큰 북서부가 반군 장악 지역이라는 이유로 지원에 미온적인 태도이다.
유태영·곽은산·홍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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