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매파야" 파월 말 바꿀까…랠리에도 굳건한 비관론, 2가지 이유[오미주]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미국 증시가 6일(현지시간) 소폭 하락했다. 지난 1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수가 예상보다 2배 이상 많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 이후 이틀째 약세다.
제롬 파월 연준(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지난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 과정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1월 랠리의 정당성을 인증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파월 의장의 이같은 비둘기적인 스탠스가 증시 상승세에 불을 붙였으나 고용지표가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됐다.
증시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파월 의장은 7일 오후 12시40분(한국시간 8일 오전 2시40분)에 워싱턴 D.C. 경제클럽에서 일주일만에 다시 마이크를 잡는다.
연준 이사를 역임한 로렌스 린지 린지그룹 최고경영자(CEO)는 6일 CNBC에 출연해 "나는 가능한 가장 부드럽게 말하려고 하지만, 파월 의장의 지난주 기자회견은 내가 기억할 수 있는 한 가장 역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금리 환경은 경기를 제약하는 수준이 아니고 아마도 중립 수준일 것"이라며 "중립 수준의 금리로는 물가 상승 압력을 가라앉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나는 파월 의장이 이런 반응(자신의 발언을 비둘기적으로 해석하는 반응)을 의도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가 내일(7일) 상황을 재검토해 기존 발언을 철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파월 의장은 '우리는 실질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 이는 단순한 사실이다'라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스닥지수는 6일까지 2일 연속 하락했음에도 지난해 12월28일 단기 저점 대비 16.4% 급등했다. 이처럼 미국 증시가 지난 1월 수년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음에도 월가에는 여전히 비관적인 전망이 존재한다. 1월 랠리가 지속되지 못하고 급락세로 돌아설 것이란 암울한 예상이다.
메릴린치에서 수석 북미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후 로젠버그 리서치 & 어소시에이츠의 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최근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올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 때까지 경기 침체로 S&P500지수가 2900선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반적인 경기 침체 때 기업 순이익은 20%가량 감소한다"며 "경기 침체 때 순이익이 늘어났던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여전히 현재 시장 컨센서스는 S&P500 기업들의 순이익이 올해 늘어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 침체가 증시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또 "지난해에는 연준이 긴축을 하면서 S&P500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이 22배 수준에서 17배 부근으로 내려오면서 증시가 하락했는데 올해는 금리 인상에 따른 기업 순이익 감소가 증시 하락을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무위험자산의 금리를 감안할 때 S&P500지수의 적정 PER은 15배이며 침체 환경에서 기업들의 순이익을 고려할 때 S&P500지수는 현 수준에서 30%가량 하락한 2900선에서 바닥을 칠 것이라고 밝혔다.
로젠버그는 지난 1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해갈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데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경기 침체는 이제 막 시작됐다"며 "증시 바닥은 일반적으로 침체가 60~70%가량 진행됐을 때, 연준의 통화 완화 사이클이 깊이 진행된 이후에 도달한다"고 말했다.
연준이 금리를 충분히 인하해 장단기 국채수익률의 곡선에 기울기가 생기기 시작할 때 통상 증시가 바닥을 쳤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그는 연준이 올해 말 금리를 인하한 이후에야 증시가 바닥을 치고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기적으로 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증시 바닥이라는 지적이다.
금융회사 출신으로 투자 저술가인 사티아짓 다스는 마켓워치 기고문에서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완화되며 올해 안에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증시가 상승했지만 연준이 통화정책을 완화할 만큼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시장에서 노동력 부족과 임금 인상이 계속되고 있고 지정학적 긴장이 해소될지 여전히 불확실한데다 인플레이션 압력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던 탈 세계화가 세계화로 다시 방향을 돌릴지도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천연자원 부족과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부족도 여전한 불안 요인이라고 우려했다.
다스는 현재 5~6%인 근원 인플레이션이 연준이 원하는 2~4%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연준은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할 수 밖에 없고 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면서 기처분 소득이 줄어 경제 활동은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더 큰 문제는고금리가 오래 유지되면서 기업과 정부,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까지 시험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이러한 도전적인 환경에 증시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에 의존했던 높은 레버리지 시스템이 이런 여러 가지 리스크로 가득한 새로운 환경에 고통없이 적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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