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면적·연한 기준도 풀어줘…‘닭장 아파트’ 우려도

류인하 기자 2023. 2. 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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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목동·상계 등도 ‘특별법’ 대상 포함…역차별 논란 해소
사업성 높였지만 교통 등 과부하·단지 주거 여건 악화 가능성
특례 대신 초과이익 환수, 공공임대 놓고 조합원 반발 예상도
기대감 ‘꿈틀’ 정부가 재건축을 추진하는 1기 신도시의 안전진단과 용적률 규제 대폭 완화 방침을 밝힌 7일 경기 고양시 일산 신도시에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핵심은 ‘노후계획도시’의 범위를 ‘택지조성사업 완료 이후 20년 이상 경과한 100만㎡ 이상의 택지’로 정했다는 점이다.

‘노후계획도시’로 지정받을 수 있는 택지 면적을 통상의 신도시 면적 기준(330만㎡)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임으로써 적용 대상 범위가 대폭 넓어졌다. 이에 따라 수도권 1기 신도시(분당·일산·산본·평촌·중동)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 전국의 택지지구도 특별법 적용을 받을 수 있어 ‘역차별’ 논란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부의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 계획 발표 이후 1기 신도시보다 입주 시기가 빨랐으나 정비사업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서울 목동과 노원, 강남, 여의도 등에서는 불만이 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년 이상 100만㎡’ 택지는 서울 개포, 고덕, 상계, 중계, 목동, 성남분당, 인천구월, 부산화명2 등 전국 49곳에 달한다. 다만 해당 지역이 당장 특별법상 노후계획도시로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각종 특례를 적용받는다. 1기 신도시 내 단지들이 재건축 연한 30년을 넘기고도 재건축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은 이유는 용적률 때문이다. 1기 신도시별 평균 용적률은 분당 184%, 일산 169%, 평촌 204%, 산본 205%, 중동 226%로, 일산과 분당을 제외하면 통상의 재건축 단지보다 용적률이 높다. 한마디로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특별법을 통해 용적률을 종상향 수준으로 완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기 때문에 사업성 문제로 재건축을 못하는 경우는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1기 신도시들은 대부분 1~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 수준으로 규제가 완화될 경우 현행 최대 300%(3종 일반주거지)인 용적률이 최대 500%(준주거지역)까지 완화될 수 있다. 더 많은 일반분양 물량 모집이 가능해 조합원들이 분담하는 사업비가 줄어들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현재와 같은 경기침체와 미분양 문제가 계속 이어질 경우 용적률 상향이 만능해결책이 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또 기존 인구수를 기준으로 형성된 상하수도 시설 등 각종 인프라와 교통시설이 늘어난 용적률을 감당할 수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사실상 도시 전체를 새로 조성하는 방식으로 상하수도 및 교통 등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 일반주거지역을 종상향으로 용적률 500%까지 늘렸을 때 단지 내 건물 면적이 넓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동간 거리가 짧아지는 문제도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 경우 일조권 및 사생활 침해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마디로 ‘닭장 아파트’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국토부 관계자 역시 7일 백브리핑에서 “주거 여건 및 기반시설 등을 현실적으로 고려했을 때 개인적으로는 500%까지는 과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문제와 대규모 주거지 이주에 따른 임대차 시장 불안 문제에 대한 해법 마련 등 만만치 않은 과제도 남아 있다. 정비사업에 따라 최소 3~4년간 이주하게 되는 인구 자체가 대규모이기 때문에 인근 지역의 집값 불안과 임대차 시장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용적률 상향분의 절반을 임대주택 등으로 공급하는 것을 두고 조합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정부는 특별정비구역에 각종 특례를 집중해 주는 만큼 적정 수준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것이 지역 간 형평성을 확보하는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용적률 완화에 따른 소득분배 방식을 공공임대주택 외에도 공공분양,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기여금 등으로 다양화할 계획이지만 공공임대 등에 대한 부정적인 조합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실에서는 용적률 상향의 반대급부로 공공기여(기부채납)도 커질 것이기 때문에 용적률 상향을 놓고 단지별로 의견이 갈리는 등 갈등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재건축사업의 ‘최후 관문’인 재건축부담금이 어떻게 결정되는가가 사업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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