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에 몰아준 ‘특례선물세트’
20년 넘은 100만㎡ 이상도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용적률 500%까지
종상향 등 토지용도 변경도 가능
고밀도 개발에 인프라 부족 우려
앞으로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 이상 경과한 100만㎡ 이상 택지는 ‘노후계획도시’로 지정돼 각종 특례 및 지원을 받게 된다. 재건축 안전진단이 완화되거나 아예 면제되고, 종상향 등 토지용도 변경 및 용적률 상향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리모델링을 하는 경우에는 세대수를 추가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를 비롯해 서울의 목동·노원·상계·개포·고덕·수서, 부산 해운대, 대구 성서, 대전 둔산, 광주 상무, 인천 연수, 수원 영통지구 등이 특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특별법의 대상을 당초 1기 신도시에서 전국 택지지구로 확대하면서 동시다발적인 재정비가 추진되고 이에 따른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최대 500%까지 용적률을 높이면 ‘닭장 아파트’ 논란과 함께 교통과 상하수도 등 용량을 넘어서는 인프라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일 ‘1기 신도시 정비 민관합동 TF’ 제7차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주요 골자를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특별법이 적용되는 ‘노후계획도시’는 택지개발촉진법 등 관계법령에 따른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 이상 경과한 100만㎡ 이상의 택지 등으로 정의했다. 이는 재건축 기준인 ‘준공 후 30년’보다 계획수립시기를 대폭 완화한 것이다.
택지개발 당시 택지지구를 분할해서 개발해 1개의 택지지구가 100만㎡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인접·연접한 2개 이상의 택지면적의 합이 100만㎡ 이상이거나, 택지지구와 동일한 생활권으로 묶이는 연접 노후 구도심 등도 하나의 노후계획도시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특별법 적용을 받는 지역은 1기 신도시 전 지역을 비롯해 수도권 택지지구, 지방 거점 신도시 등으로 늘어난다.
다만 시장이 기존 지구단위계획이 아닌 특별법에 따른 재정비를 하겠다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리모델링 때 가구 수 20% ↑…이주대책, 정부·지자체가 수립
목동 아파트단지 등은 기존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특별법을 적용할 경우 용적률 혜택 등을 추가로 받을 수는 있지만 단계를 처음부터 밟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별법 적용대상이 되려면 지자체장이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되면 재건축 안전진단을 면제받거나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재건축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던 구조안전성 비중을 축소한 데 이어 추가적인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대규모 광역교통시설 같은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등 공공성을 확보하는 경우에는 안전진단이 면제되고 종상향을 통해 용적률도 완화된다. 2종 일반주거지역을 3종 일반주거지역이나 준주거지역 수준으로 상향하면 용적률이 300%까지 높아지고, 역세권 등 일부 지역은 최대 500%를 적용해 고층 건물을 짓는 게 가능하다.
특별정비구역 내 리모델링 추진 단지에 대해서도 가구 수 증가범위를 15% 이내로 정한 현행기준보다 더 허용한다. 추가할 수 있는 가구 수의 구체적 범위는 향후 시행령에서 규정할 예정인데 국토부는 20% 내외를 고려하고 있다.
특히 절차를 간소화해 사업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건축법, 경관법 등 개별 사업법에서 정한 인허가 절차를 개별적으로 밟지 않고, 각종 심의·지정·계획수립 등을 통합해 한 번에 심의할 수 있게 된다. 사업추진과정에서 잡음이나 통합이 어려울 수 있는 점을 고려해 특별정비구역 지정단계 초기부터 사업의 모든 단계를 관리하고, 사업시행자를 지원하는 ‘총괄사업관리자’ 제도도 도입한다. 사업시행자의 몫이었던 이주대책 수립의무도 정부와 지자체에 이관된다.
정부는 특별정비구역의 경우 각종 특례가 집중되는 만큼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통상적인 환수방식인 공공임대주택 외에도 공공분양, 기반시설,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기여금 등 다양한 방식의 기부채납이 가능하도록 했다. 특별법은 오는 9일 열리는 1기 신도시 지자체장 간담회에서 최종 의견을 수렴한 뒤 국회 협의 등을 거쳐 2월 중 발의될 예정이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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