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한국 책임”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사건 피해자들에게 한국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베트남 민간인 학살에 대해 한국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로, 향후 다른 피해자들의 소송 제기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베트남인 응우옌 티 탄(63)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7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응우옌)에게 3000만1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응우옌은 베트남전 때인 1968년 2월12일 한국군 해병 제2여단(청룡부대) 군인들이 베트남 꽝남성 퐁니 마을에서 74명의 민간인을 집단 학살했다며 2020년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3000만100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3000만원 이하 소액사건으로 분류되면 판결문에 이유가 기재되지 않을 우려가 있어 청구금액에 100원을 더한 것이다.
재판부는 베트남전 참전 군인을 비롯해 당시 상황을 목격한 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응우옌의 주장을 대부분 사실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당시 대한민국 해병 2여단 1중대 소속 군인들이 작전을 수행하던 중 원고와 가족들로 하여금 방공호 밖으로 나오라 명령한 뒤 현장에서 바로 이들에게 총격을 가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로 인해 원고의 이모, 언니, 남동생 등은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의 모친은 당시 외출 중이었는데 한국군은 모친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곳에 모이게 한 다음 총으로 사살한 사실도 인정할 수 있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했다. 수십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라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됐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의 정도, 배상의 지연, 물가 및 통화가치의 변화 등을 고려해 정부가 응우옌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를 4000만원으로 정했다. 다만 응우옌이 청구한 금액인 3000만100원만큼 배상금이 인정됐다. 민사소송법에 따라 법원은 원고가 청구한 금액 범위 내에서만 판결할 수 있다.
베트남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응우옌은 선고 직후 소송 대리인단과의 화상 통화에서 “퐁니사건으로 학살된 74명의 영혼들에게도 이 기쁜 소식이 위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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