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보도) '8조 원' 고향납세...지역 경제도 웃었다

◀ 앵커 ▶

고향사랑기부제 시행과 관련해 일본 현지를 취재한 전주MBC 특집 보도 시간입니다.

고향납세제가 자리 잡은 일본에선 기부자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주는 답례품이 하나의 거대한 시장을 형성해가고 있습니다.

산지 특산물이 답례품으로 꾸준히 소비되면서 지역의 사업자나 농가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김아연 기자가 현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일본 남서부 끝자락에 위치한 가고시마현 미나미사츠마시. 

변화무쌍한 해안가, 그리고 산과 맞닿은 자연환경이 풍부한 곳인데요.

'소주 문화의 발상지'로도 알려진 이곳엔 110년 역사의 양조장이 있습니다.

오크통이 늘어선 공간에 들어서자, 향긋하고 알싸한 위스키 냄새부터 번집니다.

"최소 3년 이상 숙성된 겁니다."

두 번의 증류를 거쳐 위스키 원액을 만드는 데까진 사람 손이 가지만, 이후 숙성은 자연에 맡깁니다.

[다나카 노리후미 / 위스키·소주 업체 대표] 

"위스키는 그 지역의 기후나 온도에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지역에서만 만들 수 있는 맛이 나옵니다."

이 업체는 위스키와 함께 이 지역 특산물인 고구마를 이용한 소주 등을 고향납세 답례품으로 납품하고 있습니다.

[김아연 기자]

"이 곳 위스키 증류소는 지금과 같은 연말·연초가 가장 바쁩니다. 그 해 고향세 납부가 마무리되는 연말에 대부분의 기부자들이 답례품을 신청하기 때문인데요. 전국에서 밀려오는 주문에 생산량이 평소보다 네 배에서 다섯 배가량 늘어난다고 합니다."

연 매출의 30% 정도가 고향세 답례품에서 나옵니다. 

[다카나 노리후미 / 위스키·소주 업체 대표] 

"매출이 올라간 건 물론이고요. '고향세'라는 통로로 고객들에게 인지도가 높아졌습니다."

일본 남부 미야자키현 미야코노조시의 한 육가공 업체.

고급 소고기로 꼽히는 '미야자키규'의 인기 부위, 허벅지살을 손질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이 고장의 소고기가 고향세 답례품으로 인기를 끌자, 5년 전 창업에 나선 하시구치 씨.

고향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 회사는 창업 당시보다 열 배 넘게 성장했는데, 지역 주민 40여 명을 고용하는 등 파급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하시구치 신고 / 육가공 업체 대표]

"우리 회사 매출이 연간 10억 엔 정도인데요. 고향세로 인한 것이 70~80% 정도 됩니다."

이렇게 각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들은 멀리 대도시의 기부자들에게 전달됩니다.

[코미네 요시키 / 도쿄도 거주]

"지난해 말 기부한 것이 1월부터 계속 오고 있네요. 앞으로도 답례품이 더 올거라 기대가 됩니다."

우리 돈으로 8조 원 규모까지 커진 일본의 고향납세 기부금.

이 가운데 답례품 명목의 30% 남짓이 지역의 생산자나 업체에 돌아가는 셈입니다.

[히라세 오사무 / 답례품 업체 대표]

"(고향세가 도입되기 전하고 후하고 비교해봤을 때 어떠세요?) 엄청나게 바뀌었습니다. 하나의 경제가 된 것 같습니다."

일본 내에선 한 지역의 생산과 유통 능력, 상품 기획력의 척도가 되는 고향세 답례품, 

한국판 고향기부제 시행 첫 해, 

일단 제도의 안착부터가 관건이지만, 농도 전북의 시군들은 어떤 상품으로 답례품 시장에서 차별화하고, 또 부가가치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지 다각적인 고민이 필요해보입니다.

mbc 뉴스 김아연입니다.

영상취재 : 김유섭

그래픽 :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