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깊이 고작 18km…지표면의 ‘밀집 도시’에 직격탄
새벽 잠든 시간 매몰 많아…남부 지진 적어 내진설계 뒷전
시리아 북부, 잦은 내전으로 굴삭기 등 부족해 구호도 취약
6일 새벽(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에서 일어난 지진의 규모는 7.8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규모 7.8은 이전까지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이었던 1939년 12월 지진의 규모와 동일하다. 당시에는 3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라고 해도 실제 일으키는 피해는 제각각이다. 2015년 4월 네팔에서 발생한 동일 규모 지진에서는 9000명이 사망했고, 2013년 9월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주에서 발생한 규모 7.7 지진은 825명의 사망자를 냈다. 지진의 깊이와 지진이 일어난 지역의 인구 밀집도 및 건축 방식, 지진이 일어난 시간대 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번 지진이 큰 피해를 낸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지진의 깊이가 18㎞로 비교적 얕다는 점을 꼽았다. 호주 커틴대학 크리스 엘더스 교수는 알자지라에 “깊이가 얕을수록 지진에 의해 발생한 에너지가 지표면에 훨씬 더 강한 충격을 준다”고 설명했다. 또 지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지역에 튀르키예에서 6번째로 큰 도시인 가지안테프가 포함돼 있고, 새벽 4시 무렵 지진이 발생해 다수가 잠을 자던 중 피할 새 없이 매몰됐다는 점도 피해 규모를 키웠다.
전문가들은 지진이 강타한 지역의 건물들이 지진을 견딜 만큼 튼튼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미 지질조사국(USGS)의 구조공학자 키쇼르 자이스왈은 남부 지역의 오래된 고층건물들은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다고 AP통신에 말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최소 1만7000명이 사망한 1999년 지진을 겪으면서 모든 건물에 대한 내진설계와 감리를 의무화했으나 2000년 이후 내진 기준에 맞게 지어진 건물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특히 남부의 경우 지난 200년 동안 큰 규모의 지진을 겪은 적이 없어 지진에 대한 대비나 경계 수준이 낮았다고 BBC는 지적했다. 게다가 내전을 겪은 시리아 북부 지역은 내진설계는커녕 건물들이 오랫동안 폭격과 포화에 노출되면서 지진에 더욱 취약해진 상태다.
시리아는 내전으로 인해 굴삭기 등 구호 인프라도 허약한 것으로 알려져 우려를 낳고 있다. 의료시설이 빈약해 중상자들에 대한 빠른 치료와 대처도 늦어지고 있다.
날씨도 변수다. 진원지 인근 가지안테프는 7일 기온이 최저 영하 6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지진에 가족 연락 두절…한국서 애태우는 튀르키예인들
- 사망 5000명 훌쩍…각국 구조인력, 튀르키예·시리아로
- 정부, 110명 최대 규모 ‘긴급구호대’ 튀르키예 파견
- 수천년 버틴 문화유산도 붕괴
- 적대국 그리스·이스라엘도 인도적 구호 손길
- “매몰 현장 피냄새 진동”…전기·도로 끊겨 구조 애먹어
- “나도 부정선거라 생각했다”···현장 보고 신뢰 회복한 사람들
- 국힘 박상수 “나경원 뭐가 무서웠나···시위대 예의 있고 적대적이지도 않았다”
- 늙으면 왜, ‘참견쟁이’가 될까
-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이사장 해임 “모두 이유 없다”…권태선·남영진 해임무효 판결문 살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