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 현장 피냄새 진동”…전기·도로 끊겨 구조 애먹어

김서영 기자 2023. 2. 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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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타는 시민들
‘부디’ 튀르키예 강진으로 다친 하타이 주민들이 6일 밤(현지시간) 한 병원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위 사진). 튀르키예 구조요원들이 같은 날 밤 하타이의 붕괴된 건물에 귀를 대고 생존자를 찾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비규환’ 응급실 바닥에 시신 쌓여 “대부분 어린이” 절규
구조 늦어지자 “맨손으로 잔해 파헤치는 중” 절박한 호소
잠옷 차림으로 갇힌 생존자들…‘저체온증과의 시간 싸움’

“신이시여, 우리가 무엇을 했길래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요. 독재에, 전쟁에, 학살에 그리고 이제는 지진까지.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우리에게 왜 이런 일들이 생기나요? 이것도 신의 시험인가요?”

시리아 이들리브주에 사는 무하마드 하지 카두르가 지난 6일(현지시간) 규모 7.8 강진을 맞닥뜨린 후 스스로에게, 그리고 살아서 마주치는 이웃들에게 반복했던 질문이다. 그는 그날 밤 네 살배기 딸과 아내를 데리고 맨발로 젖은 도로 위에 간신히 대피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에 보낸 글에서 “어디를 가든지 금속이 석재에 부딪치는 소리, 사람들이 울부짖고 신에게 기도하는 소리가 들린다. 과거 시리아 정부의 공습으로 학살을 당했을 때와 비슷한 피냄새가 공기 중에 난다”고 밝혔다.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많은 생존자들이 이번 강진을 ‘전쟁’ 혹은 ‘아포칼립스(종말)’에 비유했다. 지진이 막 발생했을 때의 굉음도 공습을 연상케 했지만, 그 후 벌어진 풍경도 전쟁을 닮았다.

이들리브의 의사 오사마 살로움은 지진 이후 긴급 호출을 받고 병원으로 가는 시간이 평소보다 두 배 이상 걸렸다고 NYT에 전했다. 그는 “시신이 홀에 쌓여 있었다. 병원 복도에 적어도 50구가 널려 있었고, 매 순간 새 시신이 도착했다. 대부분은 어린이였다”고 말했다. 6세 소년은 그가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동안 숨졌다. 살로움은 “생명이 그의 얼굴에서 떠나는 것을 봤다. 반복되는 악몽에 잠을 깨는 것 같다”고 했다. 시리아 북부 알시파의 의사인 샤줄 이스람 역시 현 상황이 “이제까지 목격한 것 중 가장 끔찍하다”며 “좀 더 살 가능성이 높은 환자에게 산소호흡기를 달아주기 위해 다른 환자에게서 산소호흡기를 떼내야 한다. 누굴 살려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고 BBC에 말했다.

구조작업에도 악재가 겹쳤다.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재난 지역에 전기가 끊기고 도로가 무너져 막히면서 구호물품 전달이 지연되고 있다. 튀르키예 하타이주에서 부모와 함께 한밤중 대피한 대학생 바리스 야파르는 “어떤 필요한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벌써 지진이 난 지 19시간이 지났는데,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여전히 잔해 밑에 깔려 있다”고 캐나다 CBC방송에 호소했다. 구조인력과 장비를 기다리다 못해 “가족과 이웃을 구하려 맨손으로 잔해를 파헤치고 있다”는 생존자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집을 잃은 페힘 제이단은 “삽조차 없다. 왜 헬리콥터도, 드론도 날아오지 않는 것인가. 우리는 고립됐다”고 NYT에 말했다. 유엔난민기구는 “강진으로 사업소와 창고, 직원들도 타격을 입어 구조작업이 완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과 중장비가 재난지역까지 도착하는 데 8~10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구조대원들은 추위와 싸우고 있고, 여진이 두려워 건물 안에 들어가지 않고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는 튀르키예 이재민들은 모닥불로 추위를 피하고 있다. 푸앗 옥타이 튀르키예 부통령은 “매우 심각한 기상조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대한 빨리 해당 지역에 도달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알자지라는 “어디에나 눈 또는 비가 내리고 매우 춥다. (날씨가) 모두에게 가장 큰 과제”라고 전했다. 마크 케이 국제구호위원회 대변인은 “지진 발생 전부터 이번주 시리아에 닥칠 한파를 우려하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가정 난방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시리아는 긴급상황에 처했다”고 밝혔다.

생존자들은 잔해 밑에서 소리를 지르며 구조대원에게 생존 사실을 알리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러나 낮은 기온 탓에 ‘골든타임’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미 최초 지진 발생 시점부터 만 하루 넘게 지난 상황이다.

미크닷 카디오글루 이스탄불기술대 교수는 “사람들은 잠옷 차림으로 잔해 밑에 17시간 동안 있었다”며 “이는 시간 및 저체온증과의 싸움”이라고 NYT에 밝혔다. 세르바르 이르마즈 하타이 의사협회 회장 역시 “잔해 속 생존자들은 부상보다는 저체온증으로 죽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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