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도시 재정비 규제 확 푼 정부, 토건국가 만들 건가

기자 입력 2023. 2. 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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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재건축에 안전 진단을 면제하고, 사업성 보장과 가구 수 확대를 위해 용적률을 500%까지 풀기로 했다. 국토교통부가 입법 추진 중인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내용을 보면 재건축 대상은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이 지난 100만㎡ 이상 택지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 서울 인근의 1기 신도시와 부산 해운대·대전 둔산·광주 상무·인천 연수지구 등 지방 신도시, 목동·노원·상계 등 서울의 대형 택지지구가 혜택을 받는다. 정부는 이들 지역에서 리모델링을 하면 수직증축 허용 가구 수도 일반 단지에 적용되는 15%보다 더 높여주기로 했다.

1기 신도시 재정비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다. 노후 아파트를 허물고 다시 지어 주민들이 쾌적한 공간에서 살 수 있게 하는 정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주택 공급 확대 수단으로 삼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 흔히 아파트 공급 물량 부족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2021년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당시 서울을 비롯해 전국의 아파트 공급 및 인허가 물량은 박근혜 정부 때보다 많았다. 2015~2020년 주택 공급은 274만호로 가구 수 증가 규모(192만)도 크게 웃돌았다. 고금리에 가격 거품이 빠지면서 최근 인천과 서울 근교 수도권 지역은 집값이 하락하고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에 대규모 아파트를 추가 공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연결 교통망은 그대로인데 용적률을 확대해 50~60층의 고층 아파트만 지어대면 주거 환경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재건축 연한을 30년 이상에서 20년 이상으로 단축한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도시가 노후화하기 전에 재정비 계획을 수립한다지만 지은 지 20년밖에 안 된 건물을 부수는 것은 낭비이다.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킨다며 보유세를 줄이고 양도세 감세 정책을 폈다. 서울과 경기 과천·성남(분당·수정)·하남·광명을 제외한 모든 곳을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벗어나게 해 부동산 관련 금융 규제도 대거 완화했다. 서민들은 돈이 없어 집을 못 사는데 부동산 규제를 한꺼번에 풀면 다주택자들 배만 불리고 투기를 불러올 우려가 크다. 신도시 재정비는 필요하다. 그러나 국토의 균형 개발을 염두에 두고 서민과 청년, 신혼부부와 무주택자 등이 집을 사는 데 도움이 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혹여 이런 정책이 건설사들에 일감을 주고, 토건으로 경기를 띄우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입법이 필요한 정책인 만큼 국회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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