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대통령의 당비

안홍욱 기자 2023. 2. 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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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0년 9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 발탁된 박성민 내정자가 이낙연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학생이 매달 150만원을 어떻게 낼 수 있겠습니까. 배려를 부탁드립니다.” 역대 최연소(24세) 최고위원이 됐지만 대학생 신분인 그로선 지명직 최고위원 직책당비 월 150만원은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당무위원회 결정으로 박 최고위원의 부담은 10만원으로 감면됐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당비 관련 납부기준을 당헌·당규에서 정해놓고 있다. 당원들이 내는 일반당비, 당직자와 당 소속 공직자가 내는 직책당비, 당내 행사·선거 등에 내는 특별당비로 구분된다. 국민의힘 직책당비는 대통령 및 대통령 후보(각 300만원), 당 대표(250만원), 국회 부의장·원내대표(각 100만원) 순으로 많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지난 6일 “대통령은 한 달에 300만원의 당비를 낸다”며 “한 달에 30만원 내는 국회의원보다 10배는 더 내는데 당원으로서 할 말이 없을까”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의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 ‘윤핵관’ 언급에 대해 공개 경고를 한 것을 두고 ‘당무 개입’ 비판이 나오자, 1년에 3600만원을 내는 ‘1호 당원’이 할 말을 했을 뿐이라고 정당화한 것이다. 대통령실의 대응 논리가 ‘당비 과시’인데, 어찌됐건 전당대회 개입을 인정한 꼴이 됐다. 그러자 이준석 전 대표가 7일 라디오에 출연해 지난해 ‘내부 총질’ 문자 메시지를 상기하며 “저도 대표할 때 당비를 200(만원) 넘게 냈는데 제 말은 안 듣던데”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 뒤에서 총질하던 사람들이 ‘(대통령은) 당비 300(만원) 내니까 말 좀 하자’ 이러는 것은 장난하자는 건가”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선거 중립을 팽개치고 전당대회를 윤심팔이장으로 변질시켜왔다. 정당민주주의를 퇴행시키고 있다는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친윤 주자인 김기현 의원의 후원회장이 “안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이 탈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릴 것”이라고 말하고, 안 의원에 대한 ‘색깔론’ 공세도 벌어진다. “이게 전당대회냐, 분당대회냐”는 보수 지지층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훗날 이 상황을 어떻게 회고할까.

안홍욱 논설위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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