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희생자 1천여 명에게 무죄 선고…재판장의 소회
[KBS 제주][앵커]
지난 3년 동안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는 4·3 희생자와 유족들의 눈물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1,000명이 넘는 희생자들이 이곳에서 70여 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고 명예를 회복했기 때문인데요.
3년간 4.3전담 재판부를 이끌었던 재판장이 제주를 떠나기 전 어렵게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문준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재판장/제주지방법원/2021년 3월 16일 : "다음과 같이 선고합니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
재판부의 무죄 선고에 고령의 유족들이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냅니다.
[장찬수/제주지방법원 4·3전담재판부 재판장 : "피고인들과 유족에게 덧씌워진 굴레가 벗겨지고, 이러한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다짐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전국에서 처음 생긴 제주지방법원 4·3 전담재판부.
지난 3년 동안 이 법정에서 명예를 회복한 희생자는 1,100여 명에 이릅니다.
3년간 4·3 재심을 판결했던 장찬수 부장판사가 다른 지역으로 떠나기 전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현직 판사가 언론과의 간담회에 응한 것은 자체로도 매우 드문 일입니다.
장 부장판사는 처음 사건을 배당받았을 때 읽은 4·3 진상보고서와 문학 작품이 판단에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습니다.
[장찬수/제주지방법원 4·3전담재판부 재판장 : "(소설) 순이삼촌이나 강요배 선생님이 그리셨던 젖먹이 그림은 저한테 정말 큰 충격으로 다가왔었거든요. 이러한 자료들이 저한테 많은 도움을 줬고요."]
재판 관련 자료가 충분치 않아 그동안 늘 고민의 연속이었다고도 회고했습니다.
[장찬수/제주지방법원 4·3전담재판부 재판장 : "당시 재판에 관한 기록이 온전히 보존돼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심 절차에서 문제가 되는 세세한 쟁점에 대해서 판단하기가 되게 어려웠습니다. 심리 과정이나 결론에 대해서 다른 시각을 갖지 않을까 봐 그 점이 가장 두려웠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2021년 수형인 335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날이었습니다.
단일 사건으로 300명 이상이 재판을 받아 선고가 내려진 건 제주지법 사상 처음이었습니다.
장 판사는 당시 모든 재판에서 희생자와 유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는지도 물었습니다.
재판 과정을 역사적 기록으로 남기고, 동시에 유족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였다고 말합니다.
[장찬수/제주지방법원 4·3전담재판부 재판장 : "그분들의 말 못 한 한은 70년 넘는 세월 동안 켜켜이 쌓였죠. 그 한을 가장 공적인 자리가 법정인 재판 자리 아닙니까. 그 자리에서 조금이라도 말씀하시면 그 한이나 응어리가 조금이라도 풀어지지 않을까."]
검찰이 재판부의 재심 개시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항고한 사건에 대해서는 공부가 필요한 것 같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장찬수/제주지방법원 4·3전담재판부 재판장 : "(검찰이) 조금 더 공부하셨으면. 그 한마디로 모든 걸 말하겠습니다. 누구라도 관련된 자료나 서적을 읽어보면, 전체적인 흐름은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4·3특별법의 재심 관련 조항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였습니다.
[장찬수/제주지방법원 4·3전담재판부 재판장 : "희생자 결정을 받지 못한 분들에 관해서는 애매하게 규정이 돼 있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에 관한 입법을 통한 명시적으로 도입하는 게 필요할 것 같고요."]
지금까지 1,000명 넘는 희생자가 명예를 회복했지만, 여전히 3,000명 넘는 희생자의 유족들이 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장 판사는 고령의 유족을 위해 조속한 재심을 당부했습니다.
KBS 뉴스 문준영입니다.
문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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