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베트남전 학살' 한국정부 배상책임 첫 인정
[앵커]
1960년대 후반 베트남 전쟁 당시 우리 군이 현지 민간인을 학살한 데 대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법원 판단이 처음 나왔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약 55년 만입니다.
김유아 기자입니다.
[기자]
1968년 2월 베트남 다낭 인근의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 마을에 살던 응우옌 티탄 씨.
당시 8살 아이였던 그는 한국군 총격으로 가족이 숨지고 자신도 다쳤다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2020년 4월 소송을 냈습니다.
<응우옌 티탄 / 학살 피해자(작년 8월 9일)> "학살로 저희 가족 5명을 잃었습니다. 오빠가 중상을 입었고, 저도 배에 총을 맞아 심각하게 다쳤습니다."
당시 해병 제2여단 군인들이 마을 민간인 70여명을 학살했다고 알려진 사건입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약 55년이 지난 뒤 우리나라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응우옌 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정부가 3,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베트남 민간인 학살에 대한 정부의 배상 책임을 법원이 인정한 것은 처음입니다.
쟁점은 사실관계가 맞는지, 맞다면 정당행위인지, 소멸시효가 지난 건 아닌지였습니다.
정부는 공산주의 게릴라조직 베트콩이 위장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지만,
<응우옌 득쩌이 / 학살 목격자(작년 8월 9일)> "한국 군인들이 총을 난사했습니다. 난사 후 시체를 던졌습니다."
재판부는 목격자 증언과 증거에 따르면 "해병 2여단 군인들의 총격으로 원고의 엄마, 언니, 남동생이 사망하고 오빠가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말했습니다.
배상을 주장할 기간이 지났는지에 관해서도 재판부는 응우옌 씨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봤습니다.
결과를 받아든 응우옌 씨는 옅게나마 미소를 되찾았습니다.
<응우옌 티탄 / 학살 피해자> "승소 소식을 듣고 너무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학살 사건의) 영혼들이 저와 함께하며 응원해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연합뉴스TV 김유아입니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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