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7/김주하의 '그런데'] 차별과 혐오에 물든 아이들
'도시락이 없으면 학교도 없다. 거지야! 당장 꺼져.'
공부에 춤과 노래, 외모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질 것 없는 모범생 스탠리에겐 약점 아닌 약점이 있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점심 도시락을 싸 오지 못하는 건데 선생님의 호통을 피해 수돗물로 주린 배를 채우던 스탠리에게 친구들이 도란도란 도시락을 나누는 모습은 짠한 감동을 줍니다.
요즘 우리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에선 급식이 이뤄지니 이런 일은 없겠지만 또 다른 듣기 거북한 편 가르기와 혐오의 말들이 쓰이고 있는 걸 아십니까.
'개근거지'란 말도 그중 하나입니다. 개근이 '학교를 빠지지 않는다'는 그 개근 맞냐고요? 맞습니다. 개근상은 원래 성실과 근면 그리고 건강함의 표상이었지만 이젠 가족 해외여행이나 단기 어학연수, 체험학습 등으로 학교를 빠지는 일 없이 출석하는 아이란 뜻으로 '거지'란 말을 붙여 놀리고 따돌리는 겁니다.
이런 말을 듣는 아이는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를 받을까요.
우리 아이들이 차별과 혐오에 물든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아파트 평수로 편을 가르고 영구 임대 아파트에 사는 친구를 '영구'라 놀린다는 얘기는 서막에 불과했죠. 다문화 가정과 탈북민 친구를 따돌리고 한국토지주택공사 LH가 지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을 엘사라 부르는 일은 이제 다반사가 됐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라고 하죠. 누굴 탓하겠습니까.
우리 아이를 '나처럼 되지 않게 하려고' 학원을 더 보내고 더 과외도 시키는 거라고요? 그럼 나처럼 아이들이 영호남을 편 가르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세대 간 갈등까지 조장하는 건 괜찮으시겠습니까.
세상에 와서 내가 하는 말 가운데서 가장 고운 말을 너에게 들려주고 싶다.
시인 나태주는 이처럼 고운 말로 세상과 사람을 대하는 아름다운 방식을 얘기했습니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우리 아이들이 혐오와 차별이 가득 찬 괴물로 자라길 바라는 분은 없겠지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차별과 혐오에 물든 아이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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