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결혼은 선택”…비혼 축의금까지?
[KBS 대전]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나 자신과 결혼한다" 지난 2003년 인기리에 방영된 한 미국 드라마에서 주인공 캐리가 했던 대사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캐리는 평소 절친한 친구들의 약혼과 결혼, 출산까지 세심하게 챙겼습니다.
우리 돈으로 수백만 원의 돈을 친구들을 축하하는 데 썼지만 정작 결혼하지 않은 자신은 이런 축하와 선물을 받을 수 없는 현실에 고민하다가 '자신과 결혼', 즉 '비혼'을 선언한 겁니다.
드라마가 방영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비혼 선언은 보기 드문 일이었는데요.
20년이 지난 지금은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연예인들이 방송을 통해 비혼을 결심했다고 밝히기도 했고요.
심지어 방송인 재재는 친구들을 초대해 비혼식을 열고 축의금을 받은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 결과에서는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혼 여성은 22%, 남성은 37% 정도에 그쳤습니다.
신혼부부는 최근 10년 사이 41.5%가 줄었고 우리 국민 3명 중 1명은 혼자 살고 있습니다.
비혼을 선언하는 이른바 '비혼족'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데요.
동시에 비혼 축의금을 둘러싼 논쟁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온라인에서는 비혼주의자 친구가 40살 기념 여행을 가는데, 친구가 냈던 축의금의 4분의 1 정도를 보태달라고 했다며 하소연하는 글이 올라왔고요.
여기에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비혼 축의금에 대한 흥미로운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스스로 비혼을 결정한 경우, 지불한 축의금 회수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는데, 72% 정도가 '당연히 돌려받을 수 없다' 28%는 '어떤 식으로든 돌려 받아보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축의금', 말 그대로 축하하는 마음을 담은 돈을 뜻하는데요.
하지만 '품앗이' 성격도 있는 만큼, '돌려받아야 하는 돈'으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몇몇 기업을 중심으로는 비혼을 선언한 직원에게 결혼한 직원과 같은 복지 혜택도 주기 시작했는데요.
지난해 LG유플러스는 5년 이상 근무한 38살 이상의 직원이 비혼 선언을 하면 결혼한 직원과 같이 축하금과 유급휴가를 주기로 했습니다.
복지 형평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데요.
하지만 비혼에 대한 인식 변화에 있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은희/대한가정학회장 : "우리나라가 출산율이 낮기 때문에 비혼자들에게도 여러 가지 결혼자와 똑같은 복지제도를 운영할 경우 출산율 저하에 더 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닐까, 결혼을 안 하는 그러한 문화를 조장하거나 장려하는 게 아닐까, 그런 우려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한 편에서는 비혼자 복지 확대가 비혼을 부추기는 건 아니라는 주장도 있는데요.
비혼이 사회적인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는 만큼, 비혼에 대한 복지는 확대하되, 저출산 대책은 따로 가져가야 한다는 겁니다.
[황두영/작가 : "신혼여행 휴가를 받으려고 결혼을 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러니까 비혼의 복지를 준다고 해서 그거 때문에 비혼을 선택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고요. 1인 가구든 비혼 가구든 가족의 형태랑 상관없이 아이를 낳거나 입양해서 차별 없이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책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혼 청년 중 절반 가까이가 결혼과 출산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고 하죠.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더라도 결혼까지 이뤄지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인데요.
결혼에 대한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하는 현실 속 '비혼 선언'도 변화하는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일 필요도 있겠지만요.
'비혼 선언'이 담고 있는 시대상은 과연 무엇인지, 심도 있는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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