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SM엔터 지분 9.05% 확보 2대 주주로… 이수만 강력 반발
행동주의 얼라인펀드와도 손잡아
최대 주주 이수만, 법적 대응 선언
카카오, 지분 추가매수 가능성도
이수만 프로듀서와 결별을 선언한 에스엠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와 전격 손을 잡았다. 카카오는 에스엠이 발행한 신주 및 전환사채(CB)를 인수해 2대 주주에 오를 전망이다. 이에 대해 최대주주인 이수만(사진) 총괄프로듀서는 "명백한 위법 행위"라며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에스엠 경영권을 놓고 이사회와 대주주 이수만 총괄프로듀서 간 갈등이 분쟁으로 비화하고 있는 것이다. 행동주의펀드 및 카카오를 우군으로 확보한 에스엠 경영진과 창업자가 경영권을 두고 정면 충돌을 벌이게 됐다.
◇에스엠 지분 9% 확보한 카카오= 이 총괄 보유 지분 18.64% 인수를 검토해오던 카카오는 돌연 유상증자를 통해 2대 주주에 올라서기로 전략을 틀었다. 지난달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사항을 전격 수용하고 멀티 프로듀싱 체제를 발표하며 이 총괄의 영향력을 지워가던 이사회에 힘을 실어준 행보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7일 이사회를 열고 에스엠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발행하는 신주 4.91%(123만주)를 다음달 6일 1119억원(주당 9만1000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카카오는 또 1052억원을 투입해 에스엠 전환사채를 사들이기로 했다. 보통주 전환 기준으로 4.14%(114만주)다. 전환가액은 9만2300원으로, 지분인수 규모 총액은 2171억5200만원이다. 전환이 이뤄지면 총 9.05%의 지분을 확보, 카카오는 창업자인 이 총괄(18.46%)에 이어 2대 주주가 된다.
이번 투자와 함께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에스엠은 3자간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3사는 급변하는 음악·콘텐츠 환경 속에서 다각적 사업협력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에스엠은 각사의 해외 파트너 등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매니지먼트 사업을 함께 추진한다. 또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K-팝 아티스트를 공동 기획하는 등 IP(지식재산권) 경쟁력 강화에도 협력한다. 글로벌 음반, 음원의 제작·유통 등 음악 사업과 더불어 다양한 비즈니스 협업도 이어나간다.
이밖에 3사는 카카오가 보유한 AI(인공지능) 등 기술 역량을 활용해 미래 사업을 공동으로 준비하고 카카오가 사업자로 참여해 서울 창동에 설립 예정인 복합문화시설 '서울아레나'를 활용, 국내 공연 문화 생태계 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대표는 "이번 투자와 협력을 통해 치열한 글로벌 음악·콘텐츠 시장 경쟁에 함께 대응하고 K-콘텐츠의 글로벌 메인스트림 공략에 양사가 서로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다각적인 협력을 통해 K-컬처의 글로벌 영향력 확장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앞서 에스엠은 지난 3일 30년 가까이 이어온 창업주 이수만 1인 프로듀서 체제의 막을 내리고 'SM 3.0 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아티스트 제작과 매니지먼트, 마케팅 등 모든 부문의 권한이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로 수렴돼 있던 것에서 벗어나 복수의 제작센터·레이블에 소속 아티스트를 분산 배치한다는 게 골자다.
◇이사회 반란에 가세= 카카오는 2020년부터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추진해왔다. 이 총괄의 지분을 인수하고 일부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에 오르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네이버 CJ 등과 인수 경쟁을 벌인 끝에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다만 가격과 이 총괄의 요구 조건 등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카카오는 네이버와 벌이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라도 에스엠이 보유한 지식재산권(IP)이 절실한 상황이다. 자회사 카카오엔터를 통해 안테나 등 수십여 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YG엔터·하이브 등과 동맹을 맺은 네이버에 비교하면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사이 주주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의 에스엠에 대한 공세가 이어지며 상황이 바뀌었다. 얼라인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받아 감사인 선임에 성공했다. 이어 올해 주총을 앞두고 이 총괄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의 부당 거래 등을 문제 삼아 이사회에 대한 주주대표소송에 나섰다. 에스엠 이사회는 지난달 얼라인파트너스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전격 수용하고 이 총괄이 독점하던 프로듀싱 업무를 회사로 이관하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 총괄은 논의 과정에서 배제됐다.
◇반격나선 이수만 =이에 대해 이 총괄 측은 '경영권 분쟁'으로 해석했다. 에스엠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와 손잡고 이 총괄에게 등을 돌린 상황에서 카카오에 신주를 발행하는 것은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란 주장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말까지 이 총괄 보유 지분을 인수해 단번에 에스엠 최대주주에 오르는 방안을 두고 협상을 벌였지만 가격 및 조건 차이로 지연됐다.
이 총괄은 이날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카카오에 대한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과 위법한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에게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권 취득 목적의 제3자 신주 배정은 불법이라는 점을 내세워 이번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총괄은 "1월 20일 에스엠의 공동 대표이사인 이성수 및 탁영준이 최대주주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제안에 합의해 최대주주를 상대로 한 경영권 분쟁이 심화됐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동대표이사들이 주도하는 에스엠의 이사회가 제3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명백히 상법과 정관에 위반하는 위법 행위"라고 설명했다.
에스엠 이사회가 카카오에 대한 신주 발행 안건을 충분한 논의 없이 결정한 점도 문제 삼았다. 이 총괄은 "이사들에게 해당 안건이 상정될 것이라는 내용을 전날 저녁 통지했고 반대 의사를 밝힌 이사도 있었지만 표대결을 통해 가결했다"고 주장했다. 증권가에선 이 총괄이 법적 대응과 동시에 우군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해 에스엠 지분 4.2%를 인수한 컴투스 등이 후보로 꼽힌다. 컴투스가 이 총괄의 백기사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일각에선 카카오가 이 총괄 지분까지 인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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