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꺾인 대한항공...고수익 화물 매출 줄고 아시아나 M&A도 불투명
올해 감익구간 진입 전망
아시아나와의 기업결합 심사 여부도 불확실
대한항공이 견조한 항공화물사업 수익에 본격적인 여객 수요 회복까지 맞물리면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일제히 화물 운임 하락으로 인해 이익감소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는 리포트를 내놓고 있다. 아시아나 인수·합병(M&A) 이슈도 여전히 변수다. 현재 양사 기업결합은 한국을 포함해 10개국 승인을 받은 상태다. 주요 14개국 승인을 얻어야만 M&A가 가능한데 임의 신고국가인 영국과 필수 신고국가인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4개국에서는 여전히 심사를 진행 중이다. 이가운데 한 국가라도 해당 경쟁당국이 합병 불허를 결정하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화물운임 하락 악영향= 대한항공의 별도기준 지난해 매출액은 13조4127억원으로 전년 대비 53.2%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96.9% 늘어난 2조8836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대한항공에 대해 대규모 영업흑자 누적에 따른 재무여력 확충이 신용도에 긍정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실적 호조에 따른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창출력 증대와 대규모 당기순이익 누적으로 순차입금이 크게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별도기준 순차입금은 2021년 말 8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5조2000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275.4%에서 204.2%로, 차입금의존도는 46.2%에서 37.6%로 하락하면서 재무안정성 지표가 개선됐다. 박종도 한신평 선임 연구원은 "코로나19라는 비정상적 상황에서 경험한 우수한 이익창출력이 지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대규모 영업흑자 누적에 따른 재무여력 확충은 긍정적"이라며 "특히 금리, 환율 상승 영향 등으로 재무건전성이 훼손된 아시아나항공 인수 확정 시에도 대한항공의 재무안정성은 크게 개선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주가 전망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코로나 기간동안 늘었던 고수익의 화물 매출이 줄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여객 매출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여객 사업량 증가에 따른 비용 확대로 2023년 별도기준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조4300억원 가량 감소할 전망"이라며 목표주가를 3만1000원에서 3만원으로 소폭 하향했다.
KB증권도 대한항공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전년동기 대비 화물 단가가 10% 하락하는 등 화물 업황 둔화가 영업이익 감소 전망의 요인"이라며 "여객 업황 회복에 따른 항공기 재가동 효과도 전분기 대비로는 영업이익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예상보다 빠른 시장 금리 하락으로 재무 레버리지가 높은 기업에 대한 선호가 개선될 경우, 또는 경기침체 우려와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완화되면서 여행소비 심리가 강하게 개선될 경우 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올 2분기까지는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하반기 이후 이익 개선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중 화물·여객 운임 하락이 예상되나 여객 수송량 증가와 프리미엄 수요 호조로 코로나 이전 대비 여객 운임 하락폭은 제한될 것"이라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한 점유율 확대, 신규 비행기 도입에 따른 연료효율성 개선, 엔진사업 확장 등 중장기 실적 개선 요소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주가는 7일 종가 기준 2만3450원으로 최근 1년 새 21% 하락했다. 52주 최고가인 3만2550원 대비로는 28% 가까이 빠졌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2020년 3월 8200원대까지 폭락했던 주가는 2021년 활황장에서 장중 3만5000원대(6월 11일)까지 회복하기도 했다. 이후 우하향 곡선을 그려 지난해 10월 2만400원(10월 17일)까지 빠진 후 현재 2만원대에서 등락 중이다.
◇'합병이슈'도 부담…아시아나와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 미지수= 아시아나와의 합병 이슈도 변수다. 이달 17일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영국의 경우 시장경쟁청(CMA)이 시정 조치안의 승인 기한을 연장, 오는 3월 23일까지 심사를 마무리 하기로 했다. 인천-히드로 노선에 대해 양사 합산 총 17개 슬롯(항공사가 특정 시간에 공항을 이용할 권리) 중 7개 이전을 조건으로 합병 승인 여부를 검토 중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당초 공정위가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한 5개 노선을 포함 총 9개 노선에 대한 슬롯 이전 등을 조건으로 합병을 승인한 바 있다. 국내에선 기업결합 신고를 접수한 지 1년 만인 지난해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린 상태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 2월 터키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대만·베트남·태국·중국 등 필수 신고국과 말레이시아·싱가포르·호주·필리핀 등 임의신고국 총 9개국 심사를 통과했다. 하지만 남아있는 해외 경쟁당국 중 한 곳이라도 불승인 결정을 내리면 합병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중국의 승인 결정이 나머지 국가의 심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낙관론과 함께 심사가 길어지면 합병 실패 선례로 남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지난해 초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계획은 유럽연합(EU)의 반대로 최종 무산된 바 있다.
인수·합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경우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시장의 유일한 대형 항공사로 프리미엄을 받게 될 전망이다. KB증권이 제시한 연간 추정 주가수익비율(PER)은 13.6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5%다. 주요 증권사 7곳이 이달 제시한 목표주가 평균은 3만1800원이다. 7일 종가와 목표주가 간 차이는 35.6%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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