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 외환시장 전면 개방

지난 2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국내 외환시장을 대외에 개방한다. 해외은행과 증권사들은 당국의 허가만 받으면 국내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오후 3시 30분 마감되는 탓에 국내·외 투자자들의 불편을 초래한 외환시장 개장 시간도 새벽 2시까지 연장된다. 외환시장 전반이 자유화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은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서울외환시장 운영협의회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김성욱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외환은 나라 안과 밖의 자본이 왕래하는 길"이라며 "나라 밖과 연결되는 수십 년 된 낡은 2차선의 비포장도로를 4차선의 매끄러운 포장도로로 확장하고 정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시장 개방의 핵심은 해외에 소재한 외국 금융기관에 국내 외환시장 참여를 허용하는 것이다. 현재 금융기관 간에 거래하는 외환시장은 국내 금융기관만 참여할 수 있다.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에서 외환거래를 하려면 국내 지점을 설립하거나, 국내 금융기관 고객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따랐다. 정부는 이를 풀어 해외에 있는 외국은행과 증권사 등 기관들도 당국 인가를 받아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인가받은 외국 금융기관(RFI)은 현물환뿐 아니라 만기 1년 이하 단기 외화자금 거래인 외환(FX) 스와프를 할 수 있게 된다. 통화스와프(CRS) 등 다른 외환파생상품 개방 여부는 추후 판단한다.

정부는 국내 외환시장 마감 시간도 기존 오후 3시 30분에서 런던 금융시장 마감시간인 익일 새벽 2시까지 대폭 연장한다. 증시가 마감된 이후 환전하면 불리한 환율로 환전할 수밖에 없다는 투자자들의 불만을 고려한 조치다. 장이 닫혀 있어 해외 투자기관들이 새벽 시간대 적용할 수 있는 원·달러 환율이 없다는 점도 그간 문제로 지목됐다. 매매기준율은 지금처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전체 시장평균환율 등은 시장의 자율 협의를 통해 제공한다. 시장 제반이 갖춰지면 개장 시간을 24시간으로 늘릴 계획이다. 정부는 외국환 전자중개업무(Aggregator) 제도화 등 선진시장 수준의 인프라 구축에도 나선다. 외국 금융기관이 제3의 은행과 환전할 수 있는 제3자 외환거래 역시 허용한다.

김동준기자 blaam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