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 은행, 주주환원 확대…경영진 성과급은 규제받는다
최근 예대금리차 확대에 순이익 급증 예상…이자 장사 비판도
금감원, 은행권 임원 성과급 점검…“단기보다 장기 성과 유도”
[이데일리 이명철 서대웅 기자] KB금융(105560)그룹이 지난해 4조원대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며 은행권의 ‘역대급 호실적’의 신호탄을 쐈다. 지난해 금융시장은 고금리·고환율 등으로 불안정했지만 주택담보대출 등 여신 부문의 성장과 견조한 순이자마진(NIM)이 이익을 지지한 덕분이다. 은행들은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대규모 이익 시현에 따른 소비자들의 ‘이자 장사’ 비판은 이어질 전망이다. 은행이 공공재라묘 압박하고 있는 금융당국은 금융사 임원의 성과급 규모 적정성 실태 점검에도 나선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2021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4조원대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을 시현했다.
작년 당기순이익 규모는 시장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인 약 4조7000억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추가 충당금 적립 때문이라는 게 KB금융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은 3854억원으로 전년동기(6371억원)대비 39.5% 감소했는데 추가충당금 등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이 1조607억원으로 같은기간 80.2%나 늘어난 영향이다.
서영호 KB금융지주 부사장은 “선제 충당금이 없었다면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조9000억원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KB금융의 지난해 순이자이익은 전년대비 18.9% 증가한 11조3183억원을 기록했다. 그룹과 은행의 연간 NIM은 각각 1.96%, 1.73%를 기록하면서 이익 증가세를 이끌었다.
작년말 기준 총자산은 701조2000억원, 관리자산(AUM)을 포함한 그룹 총자산은 1158조7000억원이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0.34%로 안정적이며 BIS자기자본비율은 16.16%, 보통주자본(CET1) 비율 13.25%를 기록했다.
최근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면서 KB금융은 주주환원 강화에 나섰다. 지난해 총주주환원율은 33%로 전년대비 7%포인트 개선됐다. 이날 실적 발표와 함께 현금 배당성향은 전년과 비슷한 26%로 확정했으며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KB금융 이사회는 또 그룹 자본비율을 안정적 수준에서 관리하는 수준에서 주주가치를 확대하기 위해 중장기 자본관리계획을 수립했다.
목표 보통주자본비율(CET1) 비율을 13% 수준으로 관리하면서 이를 초과하는 자본에 대해서는 주주에 적극 환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안정적인 현금배당과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를 추구하겠다는 내용도 넣었다.
올해초 주요 금융지주에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해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한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얼라인)는 이날 KB금융의 주주환원정책에 대해 환영한다는 뜻을 밝히며 이달 열리는 KB금융의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주주환원율이 예상을 웃도는 등 주주제안상 요구 수준과 부합한다는 이유에서다.
역대급 이익 시현에 주주환원 요구 더욱 거세질 것
KB금융에 이어 앞으로 실적 발표를 앞둔 신한·하나·우리금융 등도 대규모 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주주환원 확대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총 16조5557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이익을 시현했던 전년보다도 13.8% 증가한 수준이다.
신한금융(055550)도 지난달 자본비율 13% 초과분은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내용을 밝히는 등 주주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이는 예금금리는 낮은데 대출금리는 연일 높게 상승하면서 은행들이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고객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정책서민금융을 제외한 국내 17개 은행(산업·한국씨티은행 제외)의 가계 부문 평균 예대금리차는 1.73%포인트로 전달보다 0.1%포인트 확대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예금금리는 빠르게 하락하는 반면 대출금리 하락세는 더디면서 예대금리차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면 은행의 주요 수익원인 NIM도 높아지게 된다.
특히 주요 은행들이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기본급 300~40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지자 정치권이 은행의 이익 증대를 지적하고 나서기도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12일 “예대 이율 차이가 커서 시중은행 8개사의 지난해 이자 이익은 무려 53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금융당국은 이러한 과정에 위법 부당한 일은 없는지 철저히 감독해달라”고 요구했다.
금융감독원은 주요 은행 경영진의 성과급 체계가 적정한지 8개 은행지주(KB·신한·하나·우리·NH·BNK·DGB·JB) 전수 점검에 나선다. 지난해 실적에 대한 임원 성과급이 적절하게 지급됐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경영진 성과보수 체계를 단기 성과보다 중장기 위주로 반영하겠다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의지에 따라 이연 지급되는 성과급 규모 적정성도 들여다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매년 3~4월에 점검해오던 것을 올해는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고자 하는 것”이라며 “점검 후 개선 사안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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