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특별법’ 제정에도 분위기 ‘싸늘’…“문의 전화 한 통 없네요”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r2ver@mk.co.kr) 2023. 2. 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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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범재건축연합회가 지난해 10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재건축 대선 공약 이행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제대로 된 1기 신도시 특별법이 나왔네요. 좋은 소식이기는 하지만, 글쎄요. 집을 팔겠다는 사람도 없고, 집을 사겠다는 사람도 없어요. 그냥 평소랑 똑같아요.
정부가 재건축을 추진하는 노후화한 계획도시를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하고 안전진단 면제를 비롯해 종(種) 상향 수준의 용적률 완화, 심의 절차 통합, 이주 대책 마련 등의 혜택을 주기로 했다. 부동산 규제 지역 해제에 이어 정비사업 빗장도 풀린 것이다. 그러나 거래시장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매수심리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분위기다.

7일 국토교통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이었던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골자를 확정했다. 이달 중 법안을 최종 발의할 예정이다. 특별법이 처리되면 시범사업지구의 구체적 개발 계획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특별법 적용 대상은 택지조성사업 완료 이후 20년 이상 경과한 100만㎡ 이상 부지다. 통상 신도시는 330만㎡를 기준으로 하는데 허들을 낮췄다. 이에 따라 1기 신도시(분당·일산·산본·중동·평촌)을 비롯해 부산 해운대, 대전 둔산, 광주 상무, 인천 연수, 서울 목동·압구정·노원·상계 등이 특별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파격적인 법안이지만 부동산시장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특별법이 발표됐다고 유의미한 움직임이 포착되지는 않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가 너무 나쁘다 보니 호재를 받아들일 힘조차 없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소재 복수의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도 “지난해부터 계속 나왔던 이슈인 만큼 수요자들이 일희일비할 때는 지났다”며 “서울에서도 재건축을 이끌어가는 게 힘든 상황이라 일산이 재건축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지하철 1·4호선 창동역 인근에서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는 “오늘 하루 문의 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았다”며 “금리가 너무 높아서 관망세가 이어지는 틈틈이 급매물 거래 정도만 이뤄질 것 같다”고 진단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9월 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1기 신도시 관련 지방자치단체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용익 부천시장, 이동환 고양시장, 원희룡 장관, 신상진 성남시장, 최대호 안양시장, 하은호 군포시장. [이충우 기자]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지금까지는 재건축과 투기수요를 억제하려는 목적이 컸다면 특별법은 재건축을 추진·촉진·장려해 정책 방향 자체가 다르다고 봤다. 전반적으로 공급 확대와 기반시설 개선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많은 단지들이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사업 방식을 변경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다만 수혜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서 지방의 경착륙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지방소멸을 완화할 수 있는 추가적인 대책도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대단위 통합 개발로 소규모 단지에도 재건축의 길이 열린 것은 장점이지만, 그만큼 이해관계가 복잡해져 사업 지연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재건축 관련 제도와는 달리 재건축 대상을 확대하고 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정책의 방향성이 바뀌었다”며 “현재는 공사비 증가와 고금리 등 거시경제의 영향으로 단기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부동산 경기가 풀렸을 때 시장 안정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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