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피플]남기일의 고해성사에 답한 윤빛가람 "그때는 왜 못했나요?"
[스포티비뉴스=서귀포, 이성필 기자] "소통이 많이 없었죠. 한두 번 정도 있었어요."
지난해 미드필더 윤빛가람(33)은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태업 논란에 휘말렸다. 남기일 제주 감독과 마찰로 경기에 나오지 못했다는 소문이 축구계에 돌았다. 이 과정에서 윤빛가람이 남 감독과 말다툼까지 벌였다는 이야기도 붙었다.
흥미롭게도 윤빛가람은 시즌 종료 후 수원FC로 이적해 이런 소문에 힘을 실었다. '게으른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어 남 감독과의 마찰은 정말 심각한 것처럼 포장됐다.
윤빛가람은 소위 '조광래의 아이들'로 불린다. 2011 카타르 아시안컵 이란과의 8강 연장전에서 놀라운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결승골을 넣으며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촉망받는 인재였고 기량 성숙도도 높아지리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여러 상황으로 순탄하지 않은 길을 걸었고 지난해 제주에서 남 감독과의 신경전이 정점이었다.
수원F는 현재 제주도 서귀포에서 2차 동계 전지훈련을 진행 중이다. 제주도 서귀포 클럽하우스로 돌아왔다. 더 묘한 것은 오는 25일 K리그 개막전에서 제주와 수원F가 만난다. 윤빛가람과 남 감독의 더비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7일 제주 서귀포의 빠레브 호텔에서 열린 2023 K리그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 캠프의 주인공도 오전에는 제주, 오후에는 수원F였다.
남기일 제주 감독은 윤빛가람을 두고 "지난해 소통 면에서 제대로 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다. 감독 생활에 공부가 됐다. 윤빛가람이 가진 기술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많이 보이지 못했다. 경기장에 많이 보내지 못한 것은 미안하다. 윤빛가람의 생각과 제 생각이 일치하지 않았던 부분은 서로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라며 사과한 뒤 "이번에 이적했고 잘하는 것으로 안다. 주장을 맡고 있다고 한다. K리그 중추 역할을 해서 이름을 계속 알리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라며 수원F에서의 무운을 기원했다.
같은 장소에 시간 차를 두고 등장한 윤빛가람은 옆의 이승우가 변호에 나섰다. 주장과 부주장 사이라 이미 친밀도가 깊어진 모습이었다. 그는 "새로 영입된 선수가 주장을 하지 않나. 감독 신뢰가 있다는 뜻이다. 축구 천재였지 않나. 가람이 형이 책임감까지 가졌으니 올해 얼마나 더 잘할지 기대된다"라며 믿음을 강조했다.
윤빛가람의 패스와 킥력을 보면서 더 놀랐다는 이승우는 "좋은 선수가 수원F에 와서 수준을 높여주는 것 같다. 팀원 입장에서도 수준 높은 선수가 오면 기대된다. 조금 더 수원F의 공격 축구가 재밌어질 것 같다"라며 긍정론을 설파했다. 이어 "도움 5개만 더 해내면 50(골)-50(도움) 클럽 가입이라더라. 최소 2개의 도움은 받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10도움은 할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환한 표정과 달리 윤빛가람은 다소 굳어 있었다. 물론 주장이라는 무게감의 반영이었다. 그는 "책임감을 강조하기에 훈련장이나 경기장에서 더 보여주려 한다. 저도 힘들고 말을 많이 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더 다독거리며 뛰게 된다. 같이 책임감 갖고 준비 중이다"라며 달라진 자신을 예고했다.
남 감독의 '고해성사(?)'에 대해서는 가감 없이 표현했다. 그는 "저도 (남 감독이 언급했다는) 기사를 봤다. 소통이 많이 없었다. 한두 번 정도 있었다. 몇 번 되지 않은 소통 중에 서로 맞지 않는 생각들이 오갔다"라며 갈등설이 사실이었음을 전했다.
무엇보다 자신을 감싸는 소문은 진실이 아니라며 "많은 팬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 제가 훈련을 하지 않겠다고 클럽하우스를 뛰쳐나간 것이 아니라 시켜주지 않아서 나갔다"라며 남 감독이 자신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년에 많이 힘들었고 상처받았다. 처음 당해보는 상황이었다. 감독님이 미안하다고 사과하셨더라. 조금 아쉬운 것은 그때는 왜 그렇지 못했을까 싶다. 그렇다고 제가 다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풀 수 있었다고 본다"라며 사과를 저격했다.
이제는 수원F의 주장이다. 윤빛가람은 "최소 5위 이상은 생각하고 있다. 팀 구성상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고 재미있게 준비 중이다. 지난해 아쉬움을 올해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파이널A 진입을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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