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들 심야 환투기에 원화값 더 흔들릴 수도

이희조 기자(love@mk.co.kr),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 입력 2023. 2. 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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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정부의 외환시장 개방 계획에 대해 시장에서는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하지만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야간이나 새벽시간대에 해외 ‘큰 손’이 움직이는 등 예기치 못한 이벤트가 발생하면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소재 대형 금융기관이 시장에 참여함에 따라 국내 외환시장 ‘안전판’ 역할을 하던 선물환 규제 등이 무력화될 가능성도 있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물량이 역내 시장에 들어오면서 환율이 출렁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동안 국내 외환시장이 폐쇄적으로 운영된 탓도 있지만 2010년대 이후 NDF는 현물환 거래 규모를 뛰어넘었고, NDF의 투기적 거래가 환율에 영향을 주는 부작용이 지적돼 왔다. 지난해 일평균 외환거래 규모는 NDF가 498억달러로 현물환(351억달러)보다 많았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평소 5원 이내에서 움직이던 달러당 원화값이 외환시장 개방 후 저녁 10시에 1250원이었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1270원으로 변동 폭이 20원에 달하는 상황이 일상화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금융권 안팎에선 은행 딜러 등 국내 시장참가자들의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해외 금융기관의 경우 투기적 성격이 있는 헤지펀드 등은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자격 제한을 두고 인가 과정에서도 여러 의무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개장시간 연장에 따른 인력 부족도 우려하고 있다. 문영선 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운용섹션장은 7일 서울 외환시장 운영협의회 주최 세미나에서 “대부분의 은행이 걱정하는 것은 인력”이라며 “은행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지만 당국도 상황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딜러 인력 풀이 부족한데다 주52시간 근무제도 인력 운용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단기 외채의 급격한 증가와 원화의 과도한 급변동을 막기 위한 선물환 포지션 규제가 무력해질 가능성도 있다. 선물환 포지션 한도는 은행 등 자기자본 대비 보유할 수 있는 선물환 한도를 뜻하는데, 국내 은행의 경우 자기자본 대비 50%, 국내 외은지점은 250%로 제한돼 과도한 선물환 보유가 제한돼 있다. 하지만 해외 대형 금융사의 경우 자기자본 규모가 국내 은행보다 월등히 크기 때문에 선물환 규제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당국은 일단 감독 인력을 늘릴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새벽에 모니터링할 인력이 필요한 만큼 기재부 관련 인력 충원을 추진할 방침”이라며 “행정안전부와 함께 필요한 조직과 정원에 대한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외환시장 제도 개선 방안 시행을 내년 하반기로 잡은 것도 인력과 시스템 정비에 드는 시간을 고려한 결과라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외국계 외환 시장관계자는 “시장 접근성을 대폭 높였다는 점에서 신흥국에 가까웠던 한국 외환시장이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 오퍼레이션(실행)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시장 관계자들과 세세한 부분까지 긴밀하게 조율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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