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특별법안 공개] 노후단지 재건축 기대감 커졌지만… `건축비·부담금` 관건

박순원 2023. 2. 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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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이상 택지 총 49곳 대상
"재초환 그대로땐 정책효과 미미"
건설사에선 리모델링 위축 우려
일산신도시 전경 <고양시 제공>

정부가 7일 발표한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위한 특별법과 관련,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는 물론 서울과 노후 택지지구의 재건축 사업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이번 특별법 대상에 분당·일산을 비롯한 1기 신도시는 물론 목동·상계·개포·고덕 등 100만㎡ 이상 택지개발지구도 포함시켰다. 1980년대 후반에 건설된 목동 신시가지, 상계 주공 단지, 개포 주공아파트 일대 등의 재건축을 서울시 등 지자체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노후계획도시'로 지정하면 기존 정비사업 방식이 아닌 특별법으로 재건축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신도시나 택지지구가 기본계획 수립후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용적률을 법정 상한까지 올리거나 종 상향 등을 할 수 있고, 안전진단도 지자체 재량에 따라 면제 또는 크게 완화된다. 다만 건설사들 사이에선 현재 추진 중인 리모델링 사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49곳이 수혜 가능= 특별법 대상은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 이상 경과한 100만㎡ 이상의 '노후계획도시'다. 재건축 가능 연한(30년)보다 10년이나 짧다. 도시가 노후화하기 전부터 체계적인 재건축 계획을 세우라는 취지다. 적용 면적은 인구 2만5000명이 거주하는 수도권의 행정동 크기다. 100만㎡ 미만이어도 인근 노후 도심을 끌어와 기준을 충족하면 얼마든 노후계획도시로 지정될 수 있게 했다. 현재 특별법이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전국 노후 택지는 서울 개포·수서·목동, 부산 해운대1, 2·화명2 등 총 49곳으로 추산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1기 신도시를 포함해 택지개발로 만들어진 노후 도시를 개발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이 만들어 진 것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J&K 백준 대표는 "파격적인 조치임에 틀림없다"며 "1기 신도시는 대부분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이고, 서울 목동·상계 등 대단지 택지지구도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특별법 적용이 가능해진 목동·상계동을 비롯한 서울과 지방의 택지지구는 사업속도 등을 고려할 때 기존 정비사업보다는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 지정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지역 역세권 주변은 고밀·복합개발로 토지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목동이나 상계동 등지는 현재 지구단위계획으로 재건축을 추진중이고 지구단위계획을 통해서도 특별법에 버금가는 용적률 완화와 종 상향 계획이 가능해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목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목동은 이미 기존 정비사업으로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어 특별법이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며 "일단 주민들도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사업 속도를 높이는 것이 더 빠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재초환 벽 넘을까= 1기 신도시를 재정비할 수 있는 가이드 라인이 나왔지만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가 그대로라면 정책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재초환은 재건축 사업을 통해 오른 집값에서 건축비 등 개발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초과이익에 대해 세금을 매겨 환수하는 제도다. 재건축 사업 활성화를 저해하는 대표적인 대못으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재건축 부담금 면제 기준을 기존 3000만원에서 1억원 이하로 상향하고 부담금을 매기는 초과이익 구간도 2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넓혔다. 초과이익 산정 개시시점은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일'에서 '조합설립 인가일'로 늦췄다. 하지만 재초환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부담금 부과구간이 3억8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이익의 50%을 내놓아야 한다는 데 대해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반발이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초환이 신도시 재정비사업의 장애요인이 여전하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별법의 정책 효과를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 "사업성 두고봐야"= 건설사들은 정부의 이번 1기 신도시 특별법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는 1기 신도시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상향하기로 했지만, 어느 곳을 대상지로 할 것인지 등을 구체화하지 않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용적률 상향 카드를 꺼냈지만, 모든 단지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분당·일산 지역 재건축은 사업성을 갖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1기신도시 평균 용적률은 △분당 184% △일산 169% △평촌 204% △산본 205% △중동 226% 수준이다. 통상 건설사들은 재건축단지 기존 용적률이 200%를 넘으면 사업성이 떨어져 재건축 사업이 불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1기 신도시 특별법 발표가 리모델링 단지의 추진 동력을 흔들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규제가 적고 절차가 단순해 지난해 붐이 일었는데,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면 리모델링 사업은 추진 동력을 잃게 된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용적률 500%를 어느 단지에 적용할 것인지 등 구체적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며 "리모델링 단지의 추진 동력만 흔들어놓는 요소로 작용하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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