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지원 위축할 것”…무보 노조, 수은 보증사업 확대에 반대의견

김형욱 2023. 2. 7.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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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법 시행령 개정 반대 입법의견서 제출
수출둔화 속 정책금융기관 오랜 갈등 재발
공공기관 효율화 역행·절차적 흠결 주장도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책금융기관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 노조가 또 다른 정책금융기관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의 대외 채무보증 사업 확대 추진에 반대의사를 공식화했다. 정부가 수출 악화에 대응해 수출금융 지원 확대 계획을 발표한 직후 정책금융기관 간 해묵은 논쟁이 또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한국무역보험공사 서울 중구 본사. (사진=무역보험공사)
무보 노조는 지난 6일 법제처에 이 같은 수은법 시행령 개정령안 반대 취지 입법의견서를 제출했다고 7일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9일 산하 기관인 수은이 대출 없이도 수출기업에 대외채무 보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담은 수은법 시행령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수은은 현재도 대출받은 기업에 한해 대출 이내의 보증을 제공하고 있지만, 앞으론 대출 없이도 보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 한도도 무보의 중장기수출보험 인수금액의 35%이던 것을 50%까지 높이기로 했다. 방위산업이나 원자력발전(원전) 수출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기재부는 올 1분기 중 20일까지의 의견수렴 과정을 포함한 법제처 검토와 국무회의 심의·의결 등 절차를 밟아 이를 공포·시행할 계획이다.

무보 노조는 기재부의 입법예고 직후부터 이를 강하게 반발해 왔다. 수은의 대외채무보증은 한국 기업의 중·장기 수주 프로젝트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무보의 중장기수출보험과 사실상 같은 역할을 하고 있고, 정책금융기관으로선 흔치 않은 안정적 수익 사업이기 때문이다.

수은과 1992년 수은에서 분리한 무보 간 10여 년 째 이어져 온 해묵은 갈등이기도 하다. 정부는 당시 수출금융 지원규모 확대와 함께 수은에 대출 등 은행 기능을 남기고, 보험사업 부문을 무보로 분리했다. 그러나 수은이 지난 2008년 보험 성격의 보증 사업에 진출하며 무보와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수은은 2013년 취급 제한 요건 완화를 통해 관련 사업을 더 확대했고 이 결과 2011년 174억원이던 대외채무보증 수익은 2021년 1173억원으로 10년 새 7배 늘었다. 무보의 중장기수출보험 수익도 2011년 3571억원에서 2016년 6471억원까지 늘었으나 이후 대폭 줄며 2021년엔 2354억원이 됐다.

한국수출입은행 서울 여의도 본사 전경. (사진=수출입은행)
무보 노조는 입법의견서에서 “개정안은 직접 대출은 수은이, 보험·보증 등 간접 지원은 무보가 한다는 수출신용기관 운영의 기본 원리는 무시하는 내용”이라며 “불필요한 업무 중복에 따른 국부 유출을 낳을 뿐 아니라 (본연 업무에 집중하라는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효율화 흐름에도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6월 금융공공기관의 정책금융 운영 현황 분석 자료에서 수은의 대외채무보증과 무보 중장기수출보험을 업무중복 영역으로 명시했다. 지난 2017년 은행형 금융공공기관의 정책금융사업 분석 자료 때도 마찬가지다.

노조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약화 가능성 우려도 제기했다. 무보의 수익 사업이 줄어들면 그만큼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수출 중소기업 지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무보를 비롯한 각국 수출금융기관의 손익을 본전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무보도 이에 따라 연 3000억원에 이르는 중장기 주수 프로젝트 보험·보증사업 수익을 토대로 중소·중견기업에 매년 3500억원 규모의 수출보험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손익 균형을 맞춰 왔다. 노조는 “중장기 수주지원 보험료(수익)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무보의 업무구조상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여력을 약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입법 과정에서의 절차적 결함도 주장했다. 기재부와 수은이 대통령령 개정의 필수 절차인 관계기관 협의를 생략했을 뿐 아니라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업무 범위를 제한한 동법 상위규정인 제18조4항을 무시하고 예외조항을 신설했다는 것이다. 개정령안 내 용어의 개념과 적용 범위가 불명확해 법령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더했다.

이연수 무보 노조위원장은 “이번 수은법 시행령 개정은 국회 검토를 거치지 않는 시행령 개정의 맹점을 악용해 기본적인 절차적 정의마저 무시한 시도”라며 “개정 시도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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