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도시 재건축 마스터플랜 나왔지만…풀어야 할 숙제 '산적'
여야 이견·지역간 정치적 이해 얽혀…국회 문턱 넘을지 미지수
노후도시정비계획 시장·군수 수립…중앙 정부 관리·감독 필요
특례 지원 난개발·형평성 문제 대두…종합 해결 방안 마련해야
[이데일리 김아름 박경훈 기자] 정부가 이날 발표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 공약으로 현 정부의 ‘뜨거운 감자’인 1기 신도시 재건축 추진 방안의 종합 계획안이다. 지은 지 20년이 넘은 분당과 일산, 평촌 등 수도권 1기 신도시는 주차난, 배관부식, 층간소음, 기반시설노후화로 주민 불만과 체계적인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다만 1기 신도시에 한해 진행한다는 애초 계획 탓에 지역 간 형평성 문제가 들끓자 정부는 적용대상을 조성한 지 20년 이상 지난 100만㎡ 이상의 택지 등으로 규정하고 ‘노후계획도시’로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전 국토에서 동시 다발적 재건축·재정비가 추진될 시 부동산 투기와 자재난, 인력난 등 ‘난개발’ 우려도 나온다. 1기 신도시 특별법이 국회의 문턱을 쉽게 넘을지도 ‘미지수’다. 여·야 이견이 큰데다 지역별로도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내년 총선용 ‘민심 달래기 카드’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국토부가 발표한 특별법을 살펴보면 애초 5곳의 1기 신도시에서 조성된 지 20년 이상 지난 100만㎡ 이상의 택지 등으로 규정했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가 운영하는 택지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전국의 택지지구는 모두 1266곳인데 이 가운데 준공된 지역은 853개다. 수도권 지역에 288곳, 비수도권지역에 565곳이다. 이 가운데 택지개발촉진법 등을 적용해 당장 노후계획도시로 특별법을 적용받는 100만㎡ 이상 택지는 전국의 49개 지구다.
국토부는 100만㎡ 이상이더라도 지역 여건에 따라 지자체가 기본계획을 수립하지 않으면 특별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100만㎡ 미만이더라도 시행령을 통해 인접·연접한 2개 이상의 택지 면적의 합이 100만㎡ 이상이면 기본계획을 세워 ‘노후계획도시’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0만㎡는 수도권 행정 단위로 ‘동’ 규모다. 인구 약 2만5000명을 수용할 주택 1만채를 지을 수 있다.
눈에 띄는 점은 대상지역의 시설물 노후 기준을 현행 30년에서 20년으로 10년이나 낮췄다. 도시 노후화가 가파르게 진행하기 전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대응하자는 취지에서다. 따라서 수도권과 광역시에서 떨어진 원도심 지역과 중소도시 상당수가 특별법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이달 1기 신도시 지자체장과 만나 최종의견을 수렴한 뒤 국회 협의 절차를 거쳐 이달 중 특별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다만 특별법을 발의하더라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지난’할 가능성이 있다. 여야 간 합의는 물론 지역 간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국회 문턱을 넘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도 법 통과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협의와 법안 통과 여부는 관련 사업에 변수와 이슈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NH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 법의 대상이 택지조성 완료 후 20년 이상 100만㎡(약 30만 평) 이상의 택지에 해당하다 보니 다수 단지를 통합 정비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러면 이해관계가 상충해 사업 지연이 일쑤일 수 있다. 다수 단지의 사업시행자를 지원하는 총괄사업관리자 제도가 이런 부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수석전문위원은 “특별법으로 이주하는 인구가 대규모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지원하는 이주대책 계획이 인근 지역의 토지비나 임대차 시장 불안 요소가 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지적을 고려한 듯 국토부는 특별정비구역 지정단계 초기부터 사업 모든 단계를 관리하고 사업시행자를 지원하는 ‘총괄사업관리자’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총괄사업관리자는 시장·군수 등이 특별정비구역 내 다양한 사업들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구역별로 1인·법인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주대책이 계획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이주대책사업시행자’도 지정해 추진하기로 했다.
노후계획도시 정비기본계획을 시장·군수가 수립해 주도하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관리·감독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업계와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주택 관련 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코워크’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고 지방정부가 좀 더 책임감 있게 주체적으로 가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며 “다만 지역 이기주의 부문을 경계해야 할 부분이어서 이를 중앙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면제 또는 완화, 용적률·용도지역 등 도시·건축규제 완화, 통합 심의 절차 적용 등 각종 특례를 지원함에 따라 난개발과 형평성 문제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도심 쪽 주거 밀도는 낮고 외곽은 상대적으로 높아 이를 개선하는 게 필요한 방향성”이라며 “도시의 성장기에는 문제가 안 되겠지만 외곽에 이미 많은 사람이 사는 것은 사회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1기 신도시를 과거와 동일하게 끌고 나간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비사업이 10년은 더 걸릴 텐데 그 시기가 인구 축소 시작 시점일 수도 있다. 장기적 여러 가지 완화책을 제공해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게 맞는지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안전진단, 인허가 등의 규제 완화 때문에 다른 재건축 단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며 “특별법으로 만들어 파격적으로 진행하면 반발할 수도 있어 조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준 강남인 분당은 모처럼 집값이 안정되고 있는데 집값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대규모 이주에 따른 이주 문제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경훈 (vi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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