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누구를 위한 인공지능인가

2023. 2. 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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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디지털 전환분과위원

여기 한 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로봇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로봇은 세 사람의 노동자가 했던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세 사람 노동자의 3년 치 임금이면 구축할 수 있다. 이 업무가 3년 이상 계속된다면 사장은 당연하게도 세 명의 노동자를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것이다. 기계는 잉여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는 오래된 이론이 있지만, 단순히 숫자만 봐서는 그 기계는 세 명의 인간보다 더 많은 이윤을 사업주에게 가져다줄 것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2017년 회계 컨설팅 회사인 PwC는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전 세계 GDP가 2030년까지 14% 추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고 금액으로는 15조7000억 달러의 부가가치가 인공지능에 의해서 만들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부는 결국 인류의 경제구조를 바꿀 만큼 성장할 것임은 분명하다.

그간 로봇과 첨단 IT 기술은 사람의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해 왔지만, 이로 인한 일자리의 감소가 와닿지 않은 이유는 현재까지는 신기술로 인하여 사라지는 일자리와 생겨나는 일자리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어 왔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제조업에서는 많은 노동자가 기계와 로봇으로 대체되었지만, 서비스업과 첨단 산업 분야에서는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균형이 계속될지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인공지능 기술은 특정 분야에서는 이제 사람을 훨씬 넘어서는 효율을 보여주고 있으며 지금 순간에도 상상하기 어려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으로 사라지는 일자리가 새롭게 생겨나는 일자리보다 많아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일자리가 줄어들어 실업률이 증가하면 소비심리의 위축 등으로 전반적인 구매력이 약화하여 경기가 침체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인공지능 기술이 독점되면 인공지능으로 창출된 부는 특정 계층에 편중되어 부의 불평등 현상을 가중할 수 있으며,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부의 편중은 세계 경제를 벗어날 수 없는 악순환에 빠져들게 할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는 과거의 대공황과 같은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첨단기술의 집합체인 인공지능으로 인한 인간 노동의 종말이 자본주의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므로 이같이 인공지능 발전으로 인한 일자리의 감소는 피할 수 없는 미래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우리는 그 해답을 인공지능이 창출한 부의 분배 방식에서 찾아야 한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부를 그 인공지능을 개발하였거나 혹은 이를 활용하는 기업이 독점한다면 우리는 충분히 위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을 인류 공통의 자산으로 정의해 인공지능이 창출하는 가치를 특정 집단이 독점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히려 인공지능으로 창출되는 부는 근로시간의 단축, 기본소득의 도입, 국가 의료시스템의 강화, 노령인구의 삶의 질 향상 등의 사회복지에 투자해 인공지능 확산이 개인의 구매력 약화 혹은 부의 편중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공지능으로 창출된 수익 중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도록 하거나, 인공지능의 핵심기술에는 오픈소스와 같이 독점적 지식재산권을 부여하지 않는 형태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전문가가 인공지능으로 인하여 사람의 일자리 상당수가 사라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고, 이로 인하여 노동이 사라진 미래는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가 될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도 기술의 진보는 대부분 사회적 불평등을 유발하는 방향으로 작용해 왔으며, 사회적 안전장치 이전에 발전된 첨단기술이 인류에게 돌이킬 수 없는 해를 입힌 적도 많았음을 깊이 성찰하여야 한다.

최근 엄청난 성능을 보여주고 있는 오픈AI의 '챗GPT'는 인공지능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논쟁에 서서히 불을 지피고 있다. 충분히 발전된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득이 될 수도 있지만 막대한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사회적 변혁에 대해 장기적인 시각에서의 신중한 논의와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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