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만 바꿔도 '빙글빙글' 어지럽고 구역질까지…
야외 활동 적은 겨울에 발생하기 쉬어
“아침에 에 일어날 때 갑자기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 들고 구역ㆍ구토감이 나타나요. 앉았다가 뒤로 눕거나, 누워서 좌우로 돌아누워도 천장이나 벽이 회전하는 것처럼 어지러워요. 어지러운 증상은 1분 이내 멈추지만 머리를 움직이거나 자세를 바꾸면 다시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아요. 너무 어지러워 메슥거리고 심지어 토하고 식은땀까지 나요.” 이석증(耳石症) 진단을 받은 주부 양모(55ㆍ여)씨의 증상이다.
걸그룹 출신 배우 설현(28)도 얼마 전 소셜 미디어(SNS)에 "눈앞 현실이 와이파이가 끊긴 영상 통화 화면처럼 보이는 현상이 뭔지 아시는 분?"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이석증 진단을 받았다고 밝혀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석증은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원인의 30~40%를 차지할 정도다. 이석증 환자는 2016년 33만6,765명에서 2020년 41만1,676명으로 최근 5년 새 22%나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석증 환자의 70%(28만9,661명, 2020년 기준)는 여성이다. 이 중에서도 절반가량이 50~60대 여성이다.
◇1년 이내 30% 정도 다시 발병
이석증은 귓속에서 평형을 유지해주는 돌(otolith)이 ‘난형낭(내이에 있는 평형 기관)’에서 떨어져 나와 3종류의 반고리관(앞반고리관, 옆반고리관, 뒷반고리관)으로 들어가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증상은 자세를 바꿀 때 주변이나 본인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 몸이 땅으로 꺼지는 느낌과 구역, 구토 등이다. 증상은 보통 며칠 안에 사라지지만, 고령인은 어지럼증으로 인해 낙상하기도 한다.
이익성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석증은 대부분 한 쪽으로 누웠을 때 증상이 더 심하다”며 “어지럼을 덜 느끼는 쪽으로 누워 있는 것이 일시적인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반드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석증은 대부분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한다. 이석은 나이 들면서 작고 약해지므로 고령일수록, 여성이 남성보다 많이 생긴다. 하지만 배우 설현처럼 20대도 걸릴 수 있기에 방심하면 안 된다.
김성헌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석증은 1년 이내 30% 정도가 재발하는데 다시 발병해도 이석을 제자리로 되돌리는 '이석정복술'로 대부분 쉽게 치료되므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석증은 비타민 D와 관련이 깊어 야외 활동이 줄어드는 겨울과 봄에 많이 발생한다. 또한 머리를 다친 적이 있거나 전정신경염ㆍ메니에르병 등 내이(內耳) 질환을 앓았어도 흔히 나타난다.
대한평형의학회가 최근 주관한 다기관 연구에 따르면, 이석증 환자의 15% 정도가 머리 외상이나 내이 질환이 있었으면 2차적으로 이석증이 발생했다.
◇이석을 제자리로 되돌리는 ‘이석정복술’ 등으로 치료
이석증은 ‘체위성 안진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특정 자세에서만 안구가 일정한 방향으로 떨리는 체위성 안진(眼震ㆍ눈 떨림) 방향을 통해 이석이 어떤 반고리관에 들어갔는지 파악할 수 있다.
드물지만 소뇌에 뇌졸중이 발생하면 초기 증상이 이석증과 비슷할 수 있으므로 소뇌 기능 이상이 나타날 수 있는 다른 소견이 없는지 반드시 진찰로 확인해야 한다.
이석증이 급성기이거나 심하게 어지러우면 약이나 ‘이석정복술(耳石整復術)’로 이석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이석이 들어간 특정 반고리관 위치에 따라 빼내는 방법이 다르므로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 시행해야 한다.
전은주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석증은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즉시 진단할 수 있고 정확히 진단하면 이석정복술로 재빨리 치료할 수 있기에 이석증으로 인한 어지럼증이라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석정복술은 반고리관의 내림프액 속에 흘러 다니는 이석 입자를 제자리인 난형낭 쪽으로 되돌려놓는 방법이다. 환자 몸과 머리를 일련의 방향과 각도로 움직여주는 치료다. 치료 시간은 15분 정도로 짧고 아프지 않지만 시술 도중 어지러울 수 있다. 2~3회 치료하면 90%가량 치료된다.
이석증은 언제든지 이석이 반고리관으로 다시 나올 수 있기에 재발하기 쉽다. 따라서 △수면을 충분히 취하고 △고개를 심하게 돌리거나 젖히는 동작을 삼가고 △심한 진동을 일으킬 수 있는 놀이공원 기구 타기 등을 피해야 한다.
자가 치료법으로는 ‘이석 습관화 방법’을 사용한다. 우선 앉은 자세에서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고 천장을 보면서 한쪽으로 눕는다. 천장을 보면서 1분 정도 기다렸다가 다시 일어나고 반대편을 보고 다시 천장을 보면서 불순물이 가라앉을 때까지 30초에서 1분 기다린 뒤 다시 일어난다. 이를 아침저녁으로 10회 정도 시행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혈액 속에 부족한 비타민 D 농도를 채워주면 이석증 재발이 줄어든다. 김지수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연구팀이 2013~2017년 5년간 1,050명의 이석증 환자를 비타민 D 실험군(518명)과 대조군(532명)으로 무작위 배정해 1년간 재발 빈도를 비교한 뒤 국제 학술지 ‘신경학저널(Neurology)’에 게재한 연구 결과다.
실험군 중 혈중 비타민 D 농도가 20ng/mL 이하로 낮은 348명은 1년간 비타민 D 400IU와 칼슘 500㎎을 매일 2회 섭취하도록 했고, 대조군은 일반적인 치료를 하며 경과 관찰했다. 그 결과, 대조군에서는 재발 빈도가 1.10인 반면, 비타민 D를 섭취한 실험군은 0.83에 그쳐 비타민 D를 보충하면 이석증 재발이 27% 줄었다.
이석증을 앓으면 재발이 잦아 몸을 움직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익성 교수는 “그렇다고 이석증은 특정 자세만 오래 취하거나 야외 활동이 부족할 때 재발이 잦고 만성화할 가능성이 높기에 적극적으로 야외 활동을 하는 게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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