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한국형 제시카법' 도입

전하연 작가 입력 2023. 2. 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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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서현아 앵커 

법무부가 '한국형 제시카법'을 올해 안에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출소한 고위험 성범죄자가 학교나 어린이집 반경으로 500미터 이내에는 살지 못하게 한다는 건데요. 


어떤 법이고, 효과는 어느 정도일지 나현경 변호사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번 법 개정은 미국의 '제시카법'이 모델이 됐습니다. 


성범죄 피해자의 이름을 딴 법인데 어떤 내용입니까?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2005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당시 아홉 살에 불과했던 한 소녀가 옆집 남성에게 납치되어서 강간당하고 살해된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후 이 가해자가 해당 사건 전에 이미 전과 2범으로 10년형을 선고받았지만, 2년 만에 모범수로 출소한 아동성범죄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피해자의 아버지가 정부에 성범죄자를 엄격히 관리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고, 이에 따라 피해자의 이름을 따른 "제시카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이 법은 아동성범죄자는 초범이라도 징역 25년 이상, 재범은 무기징역 선고를 원칙으로 하는 외에 범죄자가 학교나 공원 등 아동이 많은 곳으로부터 2,000피트인 약 610m 이내에서는 거주하지 못하게 하고, 피해자 집에서는 10km 이내에 접근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고요. 


이 법은 플로리다주에서 시작되었지만 현재 미국 내 42개 주에서 유사한 내용의 법이 시행 중입니다.


서현아 앵커 

혹시 미국 외에도 이렇게 성범죄자의 주거를 법으로 제한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요?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독일 역시 2013년에 재범 우려가 있는 성범죄자들을 출소 이후 보호시설에 수용해서 기간 제한 없이 사회로부터 격리할 수 있는 법을 마련했고요. 


성범죄자에 대한 보호시설에서의 수용 해제 여부를 정기적으로 심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아직 주거지 제한은 없지만, 2007년부터 '갱생보호법'을 시행하면서 형을 마치거나 보호관찰 중인 출소자가 자발적으로 지자체나 민간기관에서 제공하는 시설에 입소해서 숙식하며 취업 지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일까요?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법무부는 최근 올해 핵심 추진과제로 '한국형 제시카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한국형 제시카법은 기존 전자장치부착법을 개정해서 재범 우려가 큰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하면 초중고등학교나 유치원, 어린이집 등 미성년자 교육 시설에서 최대 500m 이내에서는 거주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서현아 앵커 

올해에만 성폭력 사범이 2천 명 넘게 출소를 하게 되어 있고요.


2025년까지는 4,800명의 성범죄자가 세상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이럴 때마다 거주지를 놓고 사회적 갈등이 많은데 거주를 제한하는 것만으로 예방의 효과가 있을까요?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아동성범죄자 대부분이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재범 방지에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제시카법의 시행으로 적어도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성범죄자들을 아동청소년 밀집 지역에서 소외시킴으로써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행 자체를 최소한 용이하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인근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 해소인데요. 


그동안 이러한 연쇄 아동성범죄자들의 출소 소식이 있을 때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하며 반발해 왔습니다. 


이들의 분노는 합리적이고, 또 정당한 분노임에도 정작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각자가 스스로 거주를 이전하는 일이었고, 이렇게 주민들이 불안과 스트레스 속에서 생활하거나 성범죄자들이 없는 지역으로 거주를 옮기는 일 자체가 하나의 사회적 비용이기도 한데요. 


제시카법의 시행된다면 이제는 적어도 학교 인근 지역에서는 더 이상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힘든 선택을 강요받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이런 효과가 있군요. 


얼마 전에 아동 성범죄 전과자, 조두순의 거주지를 놓고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법안 도입 전에 출소한 성범죄자들에 대해서도 이 법이 적용이 될까요?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그렇습니다. 


경기도에서는 지난 1일 기준, 성범죄자알림e에 등록된 도내 성범죄자 707명 가운데 학교나 어린이집 등 미성년자 교육시설 반경 500m 내에 거주하는 성범죄자는 610명으로 전체의 86.2%를 차지한다고 밝혔는데요. 


법무부는 이미 출소한 성범죄자들에게도 제시카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법안을 준비 중입니다. 


이러한 제시카법의 성격은 과거 범죄에 대한 응보로서의 형벌이 아닌 장래의 위험 예방을 위한 보안처분으로 이미 출소한 자들에게도 이 법을 적용하는 것이 소급금지에 대한 위반으로 보지는 않고요. 


이에 따라 제시카법이 시행되면, 성범죄자 상당수가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서 다른 곳으로 거주지를 옮겨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현아 앵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인구가 밀집된 서울과 같은 수도권에서는 사실상 거주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 이런 지적도 나오나 봅니다.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이 제시카법은 성범죄자의 거주이전의 자유와 일반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가치의 충돌이기도 한데요. 


생명권은 일반 기본권들보다 우월한 가치일 뿐만 아니라 우리 헌법상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포함한 여러 기본권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즉 타인과 공존 가능한 테두리 안에서 인정되어야 하는 만큼 해당 정책이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까지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서현아 앵커

아무래도 수도권에는 학교도 많고 교육시설도 많고요.


그래서 출산 범죄자들이 사실상 살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면 지방으로 몰리게 되는 거 아니냐, 지방 아이들은 어떻게 하냐, 이런 우려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제시카법이 대도시 생활권에서 성범죄자를 소외시키면서 비도심 지역을 우범지대로 만들 것이라는 지적인데요. 


이번 정책은 특정 지역으로 범죄자들을 몰아넣고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범죄에 취약한 계층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데에 방점이 있는 것이고요.


또, 한국형 제시카법에는 국가가 운영하는 보호수용시설은 거리 제한을 받지 않도록 하는 예외 조항이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출소한 성범죄자들이 자발적으로 보호시설에 들어가 국가의 관리를 받으며 생활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에 대한 검토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현아 앵커 

법무부는 5월 안에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는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근본적으로 어떤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전자발찌를 부착하고도 버젓이 성범죄를 저지르는 등 아동 성범죄의 심각성과 재범률이 높은 만큼, 대다수가 더욱 강력한 재범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이에 대한 대응은 국민의 눈높이에 훨씬 못 미쳤는데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이번 한국형 제시카법에 그칠 것이 아니라 성범죄자에 대한 형량 강화와 실질적으로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성충동 약물치료 활성화 등 우리 아이들을 지켜줄 사회적 안전망을 보다 견고히 해야겠고요. 


계획적으로 준비해서 다가오는 성범죄자들로부터 그저 속절없이 당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던 특히 13세 미만의 아동 피해자들을 돌이켜본다면, 정책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미래를 짓밟는 이러한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만큼은 보다 과감하게 피해자 중심의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지금 여러 가지 말씀해 주시기는 하셨지만 혹시 이 아이들을 성범죄에서 보호할 안전망 대책으로 우리 사회에서 시급히 필요한 것 한두 가지 정도만 뽑아주실 수가 있을까요?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우리 지금 현실에서 보겠다면은 그동안에 많이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했던 것들이 말씀드렸다시피 성충동 약물 치료 활성화 이런 것들이 아직 준비가 제도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실질적인 여러 가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서 실제 적용할 수 있어야겠고요.


또 그것들이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이유들이, 판결 선고 시에 결정이 되지 않는다면 자신의, 피고인의 동의 없이는 실질적으로 이행하지 못한다는 그런 어려움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습니다. 


단순히 일부 범죄자를 격리하는 데서 나아가,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안전망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셨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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