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슬램덩크 청춘의 열정과 분투

일본 만화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2주 연속 주말 극장흥행 1위에 오르며 깜짝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250만 관객 돌파가 목전이다. 역대 일본 만화영화 흥행 1위는 2016년 '너의 이름은'(379만명), 2위는 2004년 '하울의 움직이는 성'(261만명·비공식), 3위는 2021년 '극장판 귀멸의 칼날:무한열차편'(218만명)이었는데 이번에 슬램덩크가 3위에 올라섰다. 곧 '하울의 움직이는 성'도 제칠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1990~1996년에 일본 주간 소년 점프에 연재한 '슬램덩크'가 원작이다. 당시 전 세계 누적 발행 부수가 1억2000만부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국내에서도 '슬램덩크' 신드롬이 터져 1500만부 가까이 판매됐다. 가히 한 시대를 대표하는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그 시절에 10~20대를 보낸 대부분의 이들이 '슬램덩크'를 알 것이다. 그때는 만화 대여점에서 만화책을 빌려보던 시절이었고 만화가게도 많았는데 '슬램덩크' 시리즈는 언제나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을 차지했었다.
그랬던 만화가 지금 만화영화로 재탄생해 그 시절의 기억을 소환한 것이다. 당연히 과거 '슬램덩크'에 열광했던 30~40 세대의 팬들이 영화관을 찾을 것이라고 예측됐다. 하지만 이 만화영화가 디즈니 만화영화와 같은 대작이 아니기 때문에 대규모 흥행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작품은 개봉 후 흥행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더 놀라운 건 과거 '슬램덩크'의 기억이 없는 10~20 세대까지 호응한다는 점이다. 영화가 100만 관객을 넘어서고 200만 관객을 향해 나아가면서 화제성이 점점 더 커졌다. 그리하여 10~20 세대마저도 대거 극장을 찾기 시작했다. 최근 일부 극장에선 10~20 세대 관객이 전체 관객 중 절반 정도에 달했다고 한다.
이 작품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슬친자'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슬램덩크에 미친 사람'이란 뜻이다. 여러 번 반복 관람하는 N차 관람 열풍도 나타났다. 여의도에 '슬램덩크' 가게가 열렸는데 팬들이 문 열 때까지 밤샘하며 기다렸다고 한다. 중고시장에서 '슬램덩크' 관련 상품이 웃돈 거래되기도 한다. 한 온라인 서점에선 베스트셀러 순위 2위부터 23위까지 '슬램덩크' 시리즈가 휩쓸기도 했다. 영화 개봉 후 '슬램덩크' 만화책이 60만 부 정도 팔렸는데, 100만 부 돌파도 유력해보인다.
옛날 만화책의 극장판이 이렇게까지 신드롬을 일으키는 건 1차적으로 원작이 워낙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시절에 청춘기를 보낸 이들이 대부분 '슬램덩크'을 좋아하거나 최소한 알기는 하기 때문에 만화영화도 쉽게 이목을 끌 수 있었다.
요즘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유행이다. 다양한 원인이 있을 텐데 불황이나 팍팍한 현실도 영향을 미쳤다. 사람은 현실이 힘들수록 과거를 돌아보며 위안 받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30~40 세대가 이 작품으로 과거를 떠올렸는데, 입소문을 통해 이 작품을 새롭게 알게 된 10~20 세대는 이 작품과 관련된 추억이 없다. 10~20 세대에게 이 작품은 새로운 콘텐츠로 다가갔다.
1억 부가 넘게 팔린 초대박작이다. 워낙에 매력적인 작품이란 뜻이다. 더군다나 농구하는 청소년들의 도전 성장기라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시대를 많이 타는 소재도 아니다. 영 옛날이야기 같은 느낌이 없는 것이다. 특히 10~20 세대는 자신의 이야기처럼 공감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이 청소년인데 외모만 보면 20대 같기도 하다.
이래서 10~20 세대의 몰입 포인트가 커졌다. 약체인 고등학교 농구부가 강팀을 맞아 열정을 다해 도전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뜨겁게 분투하는 청춘의 열정이 이 땅의 현실 청춘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해줬다.
요즘 이런 청춘 이야기가 드물었다. 최근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10대를 그리면 학교폭력 왕따 이야기가 나오고, 20대를 그리면 청년실업, 부채, 갑을관계 이야기가 나왔다. 대체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모처럼 싱그러운 청춘 드라마가 나오자 더욱 더 젊은 관객들이 호응했을 것이다.
월드컵 때 이른바 '중꺽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신조어가 널리 회자됐다. 힘든 현실도 열정으로 극복해보자는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였다. '슬램덩크'가 바로 그런 '중꺽마' 정신의 만화영화판이다. 관객들의 호응 속에 당분간 이 신드롬도 꺾이지 않을 것 같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싸움 말린다고…교실서 친구 흉기로 수차례 찌른 중학생
- 김빈 “조국 딸 조민, 놀랍고 대견”…전여옥 “어쩜 저렇게 ‘파렴치’ 쩔었는지”
- 심상찮은 조국 딸 조민 인스타그램…‘김어준 방송’ 출연 하루 만 팔로워 ‘7배 폭증’
- “난 떳떳하다” 조국 딸 조민, 인스타그램 폭발적 반응…20일 만 2만 팔로워 ‘훌쩍’
- 침묵 깬 조국 딸 조민, 김어준 방송서 작심 발언 “저도 ‘정치적 의견’ 있지만…”
- 원안위, 국내 최초 원전 고리 1호기 해체 승인… 원전 해체 시장 열렸다
- "선생님, 보험 안 돼도 로봇수술로 해주세요"…수술 로봇 수입 1년 새 57% 증가
- 트럼프, 이란과 핵협상 한다면서 무력충돌 가능성도 제기
- 하반기 산업기상도 반도체·디스플레이 `맑음`, 철강·자동차 `흐림`
- `6조 돌파`는 막아라… 5대은행, 대출조이기 총력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