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시리아 지진 사망자 4900명 넘겨

이시내 2023. 2. 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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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각)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북서부를 강타한 지진으로 터키 아다나에 있는 빌딩들이 붕괴됐다. CNN 화면캡처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강진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AP·로이터 등에 따르면 7일(현지시각) 이번 강진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5000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다. 

튀르키예에서만 3381명이 사망했고 2만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접국가인 시리아에서도 사망자가 1559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사상자수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외신은 인명피해를 키운 원인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7.8 규모의 지진, 수소폭탄 터뜨린 격=먼저 규모가 큰 지진이 연달아 발생한 탓에 피해가 컸다. 규모 7.8의 지진은 6일 오전 4시17분(한국시각 5일 밤 10시17분) 튀르키예 남부 도시 가지안테프주(州)의 누르다이(Nurdağı)에서 26㎞ 떨어진 내륙의 지하 18㎞에서 발생했다. 불과 반나절 만인 오후 1시24분 튀르키예 카흐라만마라슈 북동쪽 59㎞ 에서 규모 7.5의 지진이 추가로 발생했다.

조안나 포르 워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대학 소속 위험·재해축소연구소장은 2016년 이탈리아 중부를 강타했던 지진을 비교사례로 들며 이번 강진의 위력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 이탈리아에선 6.2 규모의 지진으로 300여명이 사망했다. 이때와 비교했을 때 이번 지진이 방출한 에너지는 250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조안나 소장은 분석했다. 

네팔에서도 2015년 7.8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당시 사망자가 9000명에 달했다.

규모가 7.0일 경우 지진의 파괴력은 TNT 32메가톤(1메가톤은 100만t)으로 ‘가장 큰 수소폭탄’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된다(빨간색 네모 안). 자료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에 따르면 규모 5.0의 지진은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 수준의 파괴력을 지닌다. 규모가 7.0일 때 지진의 파괴력은 TNT 폭약 32메가톤(1메가톤은 100만t)으로 ‘가장 큰 수소폭탄’과 맞먹는 수준이다. 

지표면에서 깊지 않은 지하 18㎞에서 지진이 발생한 탓에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전 호프 미국지질조사국의 지진학자  “이번 지진이 수십년간 전세계에서 관측된 지진 중 가장 강력한 것은 아니지만, 발생한 위치와 깊이 때문에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 내전 12년⋯내진설계 취약=튀르키예 동남부 지역의 건물 상당수가 지진 위험에 취약한 상태였던 것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보고서에서 “내진설계된 건물이 일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 지역 주민들은 진동에 극히 취약한 건물에 거주해왔다”며 “이런 건물들은 주로 지진에 약한 벽돌조나 콘크리트 구조물”이라고 지적했다.

이 정도의 대규모 강진이 지난 200년간 이 지역에 없었기 때문에 준비태세가 느슨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USGS에 따르면 1970년 이래 이 일대에서 발생한 6.0 규모 이상의 지진 발생건수는 3건이다. 

시리아는 12년간 이어져온 내전으로 부실해진 건물이 많아 피해가 더 컸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카르멘 솔라나 영국 포츠머스대학 화산학과 부교수는 “튀르키예 남부는 내진설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시리아는 특히나 더 그렇다”며 “앞으로 24시간이 생존자 구출에 중요한 시간이며, 48시간이 지나면 생존자 수가 크게 줄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 대다수가 잠든 새벽 4시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점도 화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본진만큼 무서운 여진에 당국은 긴장=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 일대는 지각판 4개가 만나는 아나톨리아 단층대에 위치해 있다. 아나톨리아 지각판과 유라시아판·아프리카판·아라비아판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판의 경계에 있기 때문에 지진이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아나톨리아 단층대는 환태평양 지진대와 함께 세계적으로 지진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이번 지진은  아나톨리아판과 아라비아판이 마찰하면서 북쪽으로 움직인 탓에 발생했다. 최소 100㎞에 걸쳐 지각이 엇갈려 움직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다.  

본진만큼 규모가 큰 여진이 발생할 가능성에 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로저 무손 영국지질연구소 박사는 “(이번 지진이) 이웃하는 다른 대륙판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지진활동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첫번째 강진이 발생한 뒤 11시간 동안 이 지역에서 5.0 규모의 강도 높은 여진이 13차례나 발생했다고 USGS는 전했다. 

앞서 1822년 규모 7.0의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여진이 무려 1년 가까이 지속됐다고 매체는 전했다.

한편 외교부는 튀르키예 동남부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인명 피해는 없지만, 한국인 여행객 1명은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시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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