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 찾아볼 수 없는 간섭" vs "금융사 내부통제 미흡 때문"

문혜현 2023. 2. 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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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5인이 본 '금융사 지배구조 개편 논란'
정부 시장개입 찬성파
사유화가 문제…금감원 조치 옳아
금감원, 제 기능 정상화하는 과정
금융당국 개입 반대파
주주 대변 의문·감독이 관치 수단
사외이사 선임까지 간여는 과하다
교류 좋지만 지나친 개입 '부작용'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은행 등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선임과 금리·배당 결정에 간여하는데 이어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도 살펴보겠다고 예고했다. 주요 금융지주·은행의 CEO 인사가 마무리되자 사외이사를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금융사 대주주 자격 심사 수준 수준의 간여에서 나아가 CEO는 물론 이사회 구성까지 개입한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의 이런 무차별적인 시장 개입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민간 기업에 대한 지난치 간섭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은행들 스스로가 내부통제에 실패한 결과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금감원, 은행 이사회 연 1회 이상 면담=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올해부터 금융사 이사회와의 만남을 정례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각 이사회별로 최소 연 1회 이상 면담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사회가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하는지 점검하고,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도 평가하기로 했다. 사외이사 개개인의 자격을 검증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위 경영진이 친분 관계가 있는 사외이사와 안건을 사전 조율하고 승인하는 문제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사회 운영의 전문성을 갖추고 사회적으로 준비된 인물이 이사회 구성원이 됐으면 하는 것이 원론적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영진과의 친분 관계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장기 잔류하는 것은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금감원이 올해 업무계획으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및 이사회 기능 제고를 들고 나온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투명한 지배구조 구축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은행이 공공재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관치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를 제도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보다 깊이 있게 고민해볼 것"을 제안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윤 대통령의 지시 사항인 소유분산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후속 조치 마련을 지시한 상황이다. 금융위는 금융회사 고위경영진과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을 강화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임원 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방안을 함께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지배구조 논란= 금융권에선 은행을 공공재로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금융사 대주주 자격을 심사하는 수준을 넘어서 사외이사 자격까지 검증하겠다는 계획은 민간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다만 금융사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특히 CEO가 이사회를 장악하고 '셀프 연임'을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은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됐다. 지난 2017년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도 금융지주 회장들의 '셀프연임'을 강력히 비판하며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최 전 위원장의 비판은 당시 3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도 금융사의 CEO 승계 프로그램은 형식적일 뿐이고, 사외이사 평가도 엉망이이라고 비판하며 최 전 위원장에게 힘을 실었다.

금융위는 지난 2020년 6월 국회에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아직 국회 계류 중이다. 개정안에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 강화,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이사들로 이사회 구성, CEO 자격요건 신설 등이 담겼다.

◇규제 필요성 있지만 지나친 경영간섭 우려도=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려는 정부의 계획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경영진의 이사회 장악과 셀프 연임을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지만 지나친 경영 간섭의 부작용도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그동안 금융회사 뿐 아니라 민영화된 기업의 이사회 장악과 셀프 연임 문제가 기업 지배구조 논의의 중요한 이슈였다"면서 "(금감원 조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성 교수는 추가 규제 필요성에 대해 "대형 금융기관은 대통령도 언급했듯이 공공성이 존재한다"면서 "사유화된 것처럼 운영하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 감독당국이 역할을 할 필요도 있고, 책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과도하게 이익을 내거나 이른바 '끼리끼리' 운영한 부분이 있다"며 "금감원이 제 기능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했다.

반면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그동안 이사회가 주주들의 이해를 잘 대변하는지 의문이 있었다"면서도 "이사들을 만나 시시콜콜 개입을 하는 등 감독을 관치의 수단으로 삼는 것도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소통을 강화한다는 취지에 맞게 수단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경제학)는 "그동안 사외이사들이 경영진 견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감원이 사외이사 선임까지 간여하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석 교수는 "이사회의 견제 기능을 되살려야 하는 것은 맞지만 금융당국의 지나친 개입은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비춰진다"며 "그동안 금감원이 금리·배당과 관련해 앞뒤가 안 맞는 지침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오히려 혼란을 일으킨 것도 지나친 간섭 때문이었다"고 꼬집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교류하고 소통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지나치게 개입하면 부작용이 생긴다"며 "경영 관련 규제는 풀되 소비자 보호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사후 규제 체제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길홍·문혜현 기자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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