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역사의 달’ 첫날, 수박·치킨 급식…인종차별 비판 나온 이유

박선민 기자 2023. 2. 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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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을 먹고 있는 흑인 어린이들. /국립흑인역사문화박물관

미국의 한 중학교에서 급식으로 수박과 치킨이 나왔는데,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다. 수박과 치킨이 흑인을 비하하는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어서다. 교장이 성명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히며 식재료 납품업체를 비판했고, 업체는 사과문을 냈다.

6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와 CNN 등에 따르면, 논란은 지난 1일 뉴욕의 나이엑중학교에서 급식으로 수박과 프라이드치킨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국립흑인역사박물관은 “수박은 흑인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인종차별 고정관념”이라고 설명한다. 과거 많은 흑인들이 자급자족을 위해 수박을 재배해 팔았는데, 일부 백인들은 수박을 인종차별적 의미로 쓰기 시작했다. 수박은 값이 저렴하고, 지저분하게 먹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수박은 ‘빈곤’, ‘더러움’, ‘게으름’ 등 흑인을 비하하는 맥락으로 사용됐다.

치킨도 마찬가지다. 치킨은 미국 남북전쟁(1861~1865) 이전 남부 목화농장의 흑인 노예들이 먹던 음식에서 기원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백인들은 닭을 요리할 때 썰어 먹기 편한 몸통 부위만을 사용하고, 목이나 날개·다리 등 뼈가 많은 부위는 흑인 노예에게 튀긴 채 제공했다고 한다. 이 요리는 노예제가 폐지되면서 백인 사회에도 퍼져 나갔지만, 맥락에 따라 흑인을 비하하는 의미로 종종 쓰였다.

뉴욕의 나이엑중학교. /구글 지도

논란이 증폭된 것은 급식이 나온 1일이 ‘흑인 역사의 달’ 첫날이어서다. 흑인 역사의 달은 역사학자 카터 우드슨이 1926년 흑인들의 투쟁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정했다. 1976년 제럴드 포드 당시 대통령이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데이비드 존슨 나이엑중학교 교장은 성명을 통해 학교에 식재료를 납품한 업체인 아라마크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존슨 교장은 “흑인 역사의 달 첫날부터 치킨을 메인 메뉴, 수박을 디저트로 제공한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몰상식한 행위”라며 “아라마크가 보여준 인종적 둔감증에 대해 나이엑 지역 주민들에게 대신 사과드린다”고 했다.

존슨 교장의 성명 이후 아라마크는 메뉴 선정이 부적절했음을 인정하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아라마크는 “해당 급식 메뉴는 실수였지만,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며 “이는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지지하는 우리 회사 정체성과 정반대로 일어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아라마크는 이전에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2018년 2월에는 뉴욕대에 ‘수박맛 물’을 제공해 구설에 올랐다. 항의가 쏟아졌고, 해당 메뉴를 기획한 직원은 해고됐다. 뉴욕대는 1년 뒤 아라마크와의 계약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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