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고물가에 대지진까지…엎친 데 덮친 튀르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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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새벽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대지진은 오랜 내전과 살인적인 물가 상승 등으로 시름해온 두 나라에 엄청난 인명 피해와 경제적 고통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 는 이날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지진으로 튀르키예 경제가 파괴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
이번 지진의 피해도 비슷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여 경제 전체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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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대지진]
6일 새벽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대지진은 오랜 내전과 살인적인 물가 상승 등으로 시름해온 두 나라에 엄청난 인명 피해와 경제적 고통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지진으로 튀르키예 경제가 파괴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셀바 데미랄프 튀르키예 코츠대학 교수(경제학)는 이 지진이 튀르키예의 생산망과 공급망을 타격해 예상보다 더 큰 경기 침체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지진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10억달러(약 1조2600억원)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집계했다.
경제 전체에 끼치는 파급 효과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1999년 8월 1만8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거대 지진으로 튀르키예 경제성장률은 1998년 2.4%에서 이듬해 -3.26%로 5.66%포인트 하락했다. 이번 지진의 피해도 비슷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여 경제 전체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데미랄프 교수는 “목숨은 건졌더라도 평생 모은 재산을 잃은 지역 주민들이 비극적인 상황에 놓였다”며 “삶과 경제는 정체될 것이고, 경제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진의 여파로 금융 시장도 요동쳤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리라화는 6일 오전 사상 최저치인 1달러(미국)당 18.85까지 떨어졌다 18.83으로 마감됐다. 튀르키예 증권거래소 ‘보르사 이스탄불’도 지진의 충격으로 인해 8개 종목의 거래를 중단하고 이들 기업에 지진 피해 지역 내 사업 운영 계획에 관해 설명하도록 요구했다. 보르사 이스탄불(BIST) 30 선물지수는 하루 전에 견줘 4.5% 하락했다.
이번 지진으로 5월 대선을 앞둔 튀르키예의 경제적 불확실성이 더 높아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엠레 페케르 유라시아그룹 유럽 이사는 <블룸버그>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진의 여파가 경제를 덮치는 것을 막기 위해 강력한 대응책을 내놓을 것 같다. 대규모 재정 지원과 취약계층에 대한 집중적 신용 완화 조처 등의 형태로 구제 정책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재선에 목숨을 건 에르도안 대통령이 여론을 달래기 위해 적극적인 ‘돈 풀기’에 나설 것이라 예측한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고통을 감수하며 고금리 정책을 펴온 세계 주요국들과 달리 ‘나홀로’ 저금리 정책을 이어왔다. 이 여파로 지난해 10월 물가 상승률은 85%까지 치솟았다. 금리를 낮췄는데도 지난해 튀르키예 경제성장률은 2021년의 절반 수준인 5%를 기록했다. 그나마 리라화 평가절하로 무역수지가 개선돼 간신히 유지된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이들을 돕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펴면 물가는 더 요동칠 수 있다.
지진으로 인한 사회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지진은 튀르키예의 경제의 약 10분의 1을 차지하는 남동부 도시들인 아드야만, 카흐라만마라시, 말라트야, 하타이 등을 강타했다고 지적했다. 튀르키예 전체 인구의 18%(1500만명) 정도가 사는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실업률이 높고 소득이 낮은 낙후 지역이었다.
내전으로 시름 중인 시리아의 상황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10년 넘게 이어진 내전으로 시리아의 국토는 갈가리 쪼개진 상태다. 경제도 2020~2021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사실상 붕괴 상태다. 내전으로 모든 게 황폐해진 상황에서 거대 지진이 덮치며 시리아를 휘감고 있는 인도적 위기가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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