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해식품 사이트 기껏 막아도 우회하기 일쑤 … '좀비식 판매' 기승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정슬기 기자(seulgi@mk.co.kr) 2023. 2. 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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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직구를 통해 국내에 유통됐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해외 직구 위해식품'으로 적발된 상품 수가 최근 5년 사이 약 2배(2월 7일 기준 3203개)로 불어났다. 문제는 이 가운데 상당수가 현재도 국내에서 직구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위해식품은 식품에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거나 오·남용 시 각종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의약품 성분이 검출된 제품을 말한다. 해외 직구 위해식품 중 대부분은 건강보조식품과 불법 의약품이다.

매일경제가 식약처 해외 직구 위해식품 목록에 올라온 상품을 대상으로 직구를 시도해본 결과 지난해 12월 식약처 검사에서 국내에서는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위해 성분으로 취급되는 에키네시아(국화과 식물)가 검출돼 해외 직구 위해식품 판정을 받은 미국 네이처스웨이의 어린이용 영양보충제 '샘버커스 스탠더다이즈드 엘더베리 오리지널 시럽 포 키즈'는 현재도 인터파크·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또 미국에서 갱년기 여성 증상 완화제로 판매되는 '에스트로벤 메너퍼즈 릴리프'는 지난해 5월 위해 성분인 시부트라민이 검출돼 관련 구매대행 사업자 등이 행정처분을 받았지만 현재도 오픈마켓 플랫폼인 11번가 등에서 직구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부트라민은 과거 비만 환자 치료에 쓰였던 식욕 억제제 성분이지만 심근경색·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2010년 유럽을 시작으로 주요국에서 사용을 금지해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 물질이다.

정식 수입 상품이 아닌 해외 직구 상품은 수입법을 적용받지 않아 일반적으로 통관 시 검역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따라서 각종 위해 성분이 포함돼 있어도 걸러지지 않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식약처가 불시에 구매해 위해성 검사를 실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마저도 표본검사일 뿐 실제 유통되는 해외 직구 위해식품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통신판매 중개업자(플랫폼 사업자)에게 위해식품 해당 여부를 확인하고 구매대행 사업자가 직구 물품을 통관할 때도 세관에 사전 정보를 제공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모두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그나마 국내 구매대행 사업자에 대해서는 적발 시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할 수 있지만 외국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해외 사업자에게는 사실상 아무런 제재도 가할 수 없다. 해외 사업자가 판매 사이트 주소를 우회해도 막을 길이 없다.

이런 한계 때문에 전문가 상담 없이 오·남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의약품도 직구를 통해 계속 유통되고 있다. 미국 트래디셔널메디시널스의 변비 증상 개선용 '스무스 무브 티'는 임신부가 다량 복용하면 태아에게 기형·뇌성마비 등 심각한 발달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덱사메타손(항염증 스테로이드제, 전문의약품) 성분이 검출돼 지난해 11월 해외 직구 위해식품 판정을 받았다. 항우울제·케톤뇨증 치료제로 미국 영국 등에서 판매되는 5-히드록시트립토판(HTP)은 국내에서는 통관(수입)이 아예 금지된 성분이지만 직구를 통해 무분별하게 유입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규제 사각지대인 직구 시장에서 관리가 허술한 틈을 타 실제 효능이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불량·위조 의약품까지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2021년에는 인도네시아산 발기부전 치료용 사탕 '해머 캔디'에서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타다라필)과 구조만 유사한 물질로 안전성이나 효능 등 인체에 끼치는 영향을 전혀 알 수 없는 디메틸타다라필이 검출됐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약국 개설자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다. 또 스테로이드 주사제 등 총리령으로 정한 일부 전문의약품은 약사가 아닌 자에게서 취득해서는 안 된다. 경우에 따라 의약품 구매대행 사업자는 물론 소비자까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부 쇼핑몰은 포장 용기를 비의약품인 것처럼 바꿔 보내거나 허위 처방전을 활용하고 구매대행 사업자도 사전 정보 제공 시 통관 금지 성분명을 누락하는 방법 등으로 법망을 피하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구를 통해 판매된 식품 중 가장 많이 팔린 품목은 건강보조식품으로 전년 대비 10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이 커지면서 불법적인 의약품 해외 직구·구매대행 사례도 2018년 40건에서 2020년 2만7629건으로 무려 691배나 급증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해서는 대부분이 개인 사업자인 구매대행 사업자뿐만 아니라 쇼핑몰(플랫폼)을 운영하는 통신판매 중개업자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는 해외 직구 위해식품 적발 시 구매대행 사업자만 행정처분을 받다 보니 같은 쇼핑몰에서 제3자가 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상도 한국식품안전연구원 원장(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은 "해외 직구 위해식품 판매 적발 시 플랫폼에 공동 책임을 묻거나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플랫폼에서 검증 절차를 강화하고 아무나 구매대행 사업자로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규제를 통해 적어도 한 번 적발됐던 상품은 재판매가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도 해외 사업자 등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만큼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에게 안전을 위해 해외 직구보다 정식 수입 상품을 구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송경은 기자 /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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