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김기현 손 잡아준 나경원, 전당대회에 미칠 영향은?

정대연·조문희·문광호 기자 2023. 2. 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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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 삼고초려에 예비경선 전 만나
나 전 의원 “총선 승리에 역할 할 것”
지지 선언 안했지만 사실상 김 편으로
천하람 “학폭 가해자의 행태” 비판도
국민의힘 전당대회 불출마를 결정한 나경원 전 의원이 7일 당대표에 출마한 김기현 후보와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회동을 가진 후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후보와 나경원 전 의원이 7일 윤석열 정부 성공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의 삼고초려에 나 전 의원이 사실상 김 후보 편에 선 것으로 해석된다.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압박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지 13일 만이다. 책임당원 여론조사로 진행하는 전당대회 예비경선(컷오프)을 하루 앞두고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 후보와 나 전 의원은 이날 서울 중구 정동 한 식당에서 독대 오찬 후 취재진 앞에 함께 섰다. 먼저 입을 뗀 나 전 의원은 “분열의 전당대회로 흘러가는 거 같아서 굉장히 안타깝다”며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과 내년 총선 승리”라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그 앞에 어떠한 사심도 내려놔야 한다”며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 애당심, 충심에 대해 충분히 얘기를 나누고 많은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20년 간 동고동락하며 보수우파정당의 가치를 지키고 실현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자리였다”며 “윤석열 정부 성공과 내년 총선 압승을 위해 나경원 (전 원내)대표에게 더 많은 자문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 입에서 나 전 의원이 김 후보를 지지한다는 명확한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나 전 의원에게 가해졌던 친윤석열계 공격으로 인한 감정적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은 듯 둘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김 후보는 “함께 앞으로 여러 가지 논의를 하겠다”며 “나 대표가 우리 당에 대한 애정, 윤석열 정부 성공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공조할 일이 많을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많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어려운 시기고 해야 할 일이 많은 시기다. 총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카메라 앞에서 손을 맞잡는 포즈를 취한 뒤 헤어졌다.

김 후보는 이날 나 전 의원을 만난 뒤 YTN에 출연해 “‘사실상 지지 선언’이라고 하면 그게 팩트”라고 말했다. 김 후보 측은 “나 전 의원이 현역 당협위원장이라서 지지라는 표현을 쓰지 못한다”며 “두 분이 같이 서서 협력해 나가겠다는 게 결국 지지 선언”이라고 설명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후보와 나경원 전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 앞에서 전당대회 관련 입장을 발표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후보는 “전당대회에서 역할을 할 생각 없다”는 나 전 의원의 마음을 돌리는 데 공을 들였다. 둘은 지난 3일 서울 용산의 나 전 의원 자택에서 만났고, 이틀 뒤에는 김 후보가 가족여행 중이던 나 전 의원을 만나기 위해 강원 강릉을 찾았다. 대통령실과 윤핵관에 발맞춰 나 전 의원 비난에 동참했던 친윤계 초선의원들도 전날 서울 동작을 당협위원회 사무실을 찾아 나 전 의원을 위로했다. 천하람 당대표 후보 등 이준석 전 대표 측에서는 “학폭 가해자의 행태”라고 김 후보를 비판했다.

김 후보의 나 전 의원에 대한 삼고초려는 나 전 의원 출마 포기 후 안철수 후보 지지도가 급등하면서 김 후보가 2위로 밀리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와서다. 급해진 김 후보는 안 후보에 대한 색깔론 등 파상공세와 함께 나 전 의원 지지를 끌어내 그의 지지층을 흡수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특히 오는 8~9일 책임당원 6000명 대상 여론조사 방식으로 이뤄지는 예비경선에 앞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김 의원 측은 “내일(8일)부터 여론조사(예비경선)에 들어가니 그 전에 이벤트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 입장에서는 안 후보보다 김 후보 편에 서는 것이 부담이 적었다. 나 전 의원은 지난달 친윤계로부터 ‘반윤 우두머리’로 공격받을 당시 “저는 죽었다 깨도 반윤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안 후보가 반윤으로 몰린 상황에서 나 전 의원이 안 후보를 지지할 수는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게다가 국민의힘 입당 1년이 안 된 안 후보와 달리 김 후보와는 오랫동안 보수정당에 함께 몸담았다. 김 후보와 나 전 의원은 서울대 법대·판사 선후배 사이기도 하다. 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이 (김 후보에게) 서운한 마음은 있지만 그렇다고 안 후보를 지지하는 것도 웃기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날 만남이 선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 후보는 “나 전 대표를 지지했던 분 중 절대 다수가 정통 보수우파의 뿌리를 가지고 왔던 분들”이라며 “나 전 대표가 김기현과 함께 손 잡고 ‘우리 당을 재건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가 큰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때리기’에 앞장섰던 윤핵관들도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장제원 의원은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굉장히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박수영 의원은 “좋은 결말이 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천하람 후보는 “나 전 의원이 압박을 받아서 움직였다고 보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며 “나경원·김기현 연대가 플러스가 되기보다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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