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은 진원·여진·강추위 '엎친데 덮쳤다'… 사망자 5천명 넘어
수소폭탄 수십개 위력 강도
10층 아파트 통째로 와르르
콘크리트 깔린 매몰자 속출
눈비까지 내려 구조 난항
"앞으로 24시간이 골든타임"
6일(현지시간) 밤늦게까지 튀르키예 남부 가지안테프의 소도시 샨르우르파에서는 군복 차림의 사람들과 헬멧을 쓴 구조대원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를 헤치며 헤드라이트를 비췄다. 건물이 통째로 무너진 자리에는 부서진 벽돌과 콘크리트, 가전제품과 옷가지가 어지럽게 뒤얽혀 있었다. 잔해를 헤치며 틈새로 기어 들어간 한 구조요원은 건물 아래에 깔린 여성에게 닿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영국 가디언지는 수십 명이 거대한 콘크리트 파편을 함께 들어 올리며 생존자 신호를 찾아 헤맸으나 이따금씩 침묵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날 새벽 튀르키예 남부 가지안테프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일어난 지 하루 만에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5000명 이상으로 폭증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의 유뉴스 세제르는 7일 기준 튀르키예에서 최소 3419명이 사망하고 2만534명 이상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에서만 최소 5606채 이상 건물이 붕괴됐다. 시리아 국영통신 사나는 알레포, 하마, 라타키아 등에서 발생한 시리아 측 사망자가 1451명 이상이라고 전했다.
튀르키예 당국은 10개 지역에 구조대원 1만여 명을 파견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건물 잔해에서 7800여 명이 구조됐으나 구조작업 자체를 아직 시작하지 못한 곳도 적지 않다. 현지 최저기온은 영하 6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눈비가 내리면서 구조작업 속도도 더뎌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잔해에서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올 수 있어 사망자 수가 최대 8배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캐서린 스몰우드 WHO 유럽 선임 응급책임자는 AFP통신에 "눈이 내리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이 거처 없이 지내게 되면 더 위험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튀르키예 지진은 규모 7.8로 수소폭탄 수십 개가 한꺼번에 폭발한 것과 비슷한 강도였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에 따르면 규모 7.0 지진의 파괴력은 TNT 폭약 3200만t, 8.0 지진은 TNT 폭약 10억t의 폭발력에 맞먹는다. 튀르키예 하타이와 샨르우르파 등에서 첫 지진과 이후 여진으로 7~10층 높이 아파트가 통째로 무너져내린 것도 이처럼 지진 강도가 강했기 때문이다. 튀르키예 동남부에는 아나톨리아판과 아라비아판이 만나는 단층선이 있는데, 이 두 판이 북쪽으로 움직이면서 최소 100㎞ 이상 지각이 엇갈렸다. 강한 흔들림을 경험한 지역이 일반적 지진처럼 점 형태가 아니라 길게 동서로 퍼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스탄불 등 대도시에는 내진 설계된 신축 건물이 많은 반면, 남부 소도시에는 특수 설계가 없는 오래된 노후 콘크리트 건물이 대부분이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이 지역에는 벽돌조나 저층 비연성 콘크리트 구조물 등 진동에 극히 취약한 건물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지진은 진원이 지표면에서 18㎞밖에 떨어지지 않아 지표면에 전달되는 흔들림이 더욱 컸다. BBC는 "앞으로 24시간이 사실상 골든타임으로 생존자를 발견할 마지막 기회"라며 "48시간이 지나면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각국도 지원 의사를 밝히고 튀르키예로 구호 물품을 보내고 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은 65개국에서 2600명 이상 인력이 재해 지역으로 파견됐다고 밝혔다. 중국은 1차로 4000만위안(약 74억원) 상당의 긴급 원조를 약속했고, 일본도 75명 규모의 구조대를 파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즉각적인 대응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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