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월부] 베드배스 153%·AMC 73% 폭등 …'밈주식' 광풍 돌아왔다
이자 2800만弗 상환 못해
뚜렷한 호재 없는 이상과열
전체 거래량 절반이 공매도
전 세계 주식 시장이 상승하는 가운데 월가의 대표적인 밈 주식(유행성 테마 주식) 3인방 베드배스&비욘드(BBBY), AMC엔터테인먼트(AMC), 게임스톱(GME)이 올해 들어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주가가 반 토막 났던 미국 생활용품업체 베드배스&비욘드는 올 들어 파산 우려 속에서도 주가가 153%나 뛰는 기이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1월 급등장 속 혼조세를 반영하듯 밈 주식이 다시 극성을 부려 투자자 주의가 요구된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제2 게임스톱'으로 불리는 베드배스&비욘드는 주가가 하루 만에 92% 폭등했고, 장중에는 한때 120%가량 올라 주식 거래가 두 번이나 정지됐다. 미국 주식에는 국내 증시의 상·하한가 같은 가격제한폭이 없다 보니 하루에 주가가 2배 폭등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날 베드배스&비욘드 경영진이 채무불이행을 막기 위해 최대 10억달러 규모 주식을 매각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시간 외 거래에서 재차 급락했다.
이날 정규 거래에서 92.1% 상승한 5.86달러에 마감한 베드배스&비욘드는 시간 외 거래에서 36% 넘게 하락했다. 베드배스&비욘드는 욕실 용품과 각종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소매업체로 최근 월가 개인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거래하고 있다. 주가는 급등락을 거듭하는 중인데 올해 들어서만 153% 올랐다.
거의 파산에 가까운 베드배스&비욘드의 반등은 지난달 9일 시작됐다. 회사가 비용 축소와 사업 유지를 위해 감원을 단행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주가 반등이 촉발됐다. 9일 23%, 10일 27%, 11일 68%, 12일 50% 올라 단 4일 만에 1.31달러에서 5.24달러로 4배가 뛰었다. 밈 주식 투자 열풍이 불었던 2021년 초에는 50달러를 넘은 적도 있다.
밈 주식은 온라인 입소문을 타고 개인투자자들이 기관 공매도에 맞서기 위해 주식을 사들이면서 주가가 폭등한 종목을 말한다.
밈 주식은 특별한 모멘텀 없이 투기적 거래에 따라 급등락을 보이는 만큼 이날 급등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모습이다. 밈 주식 열풍은 2021년 초 공매도 세력과의 일전을 내걸고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집중 매수로 주가를 끌어올린 게임스톱에서 시작됐다. 주가가 폭등하다 보니 공매도 비중이 큰 게 특징이다.
이날도 베드배스&비욘드의 공매도 물량 비중은 전체에서 52%에 달했다. 하루 거래량이 1억5000만주로 지난 1월 평균 규모보다 3배 많았는데 이 중 7900만주가 공매도 물량이었던 것이다. 주가가 잠잠했던 지난해 12월 평균 500만주에 비하면 30배 많다.
지난달 베드배스&비욘드 주가가 급등하자 숏 스퀴즈 가능성을 언급한 보고서도 나왔다. 숏 스퀴즈란 공매도를 한 투자자가 주가가 상승하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매수해 공매도 포지션을 정리하는 것을 말한다. 즉 주가가 반등한 이후 공매도 세력의 숏커버링(환매수)이 유입되면서 반등 폭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베드배스&비욘드는 빚을 갚을 수 없을 만큼 재정 상태가 악화됐다. 지난 1일 만기 도래한 12억달러 규모의 3개 채권 이자 총 2800만달러를 상환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에서 디폴트(채무 불이행) 통지를 받았다. 이 회사도 지난달 파산 신청 가능성을 언급했고, 87개 매장을 폐쇄할 계획을 밝힌 상태다.
작년에 증시가 불황기에 접어들자 밈 주식 주가도 급락했다. 기업 내재가치나 실적과는 무관하게 주가가 오른 만큼 하락 속도도 가파르다. 베드배스&비욘드는 지난해 82% 하락했고, AMC는 85% 떨어졌다. 게임스톱도 50%가량 하락했다.
작년에 밈 주식 열풍이 확 꺾인 데는 행동주의 투자자이자 게임스톱 회장인 라이언 코언 영향이 컸다. 밈 주식계의 큰손인 코언이 작년 8월 베드배스&비욘드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차익을 실현했고, 이후 밈 주식으로 분류되는 기업들 주가가 일제히 무너졌다. 최근 코언이 미국 백화점 체인 노드스트롬(JWN) 지분을 매입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작년에 크게 덴 국내 서학개미들은 연초 밈 주식 열풍을 일단 지켜보는 상황이다. 2021년 미국 개미들의 공매도 전쟁에 한국 개미들이 뛰어들면서 밈 주식이 서학개미 매수 상위 종목 1~3위를 차지했다. 작년에도 10위 안에 들었다. 현재는 10위권 밖 수준이다.
이날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7일부터 이달 6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베드배스&비욘드 매수 결제액은 8914만달러, 매도 결제액은 7816만달러로 파악됐다. 매수와 매도를 합친 거래액은 총 1억6730만달러(약 2100억원)로 나타났다. 전체 16위 수준이다. AMC와 게임스톱은 아예 50위권 안에 들지 못했다.
이 밖에 AMC와 게임스톱도 연초 덩달아 올랐다. AMC는 올해 들어 73% 올랐고, 게임스톱도 38% 올랐다. 미국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보유한 AMC는 적자 기업이다. AMC도 최근 구조조정을 하고 있고 우선주(APE)를 매각해 1억1000만달러를 조달하겠다고 발표했다. AMC는 좌석차등제를 미국 전역에 실시할 계획이다.
주가 변동성이 큰 만큼 애널리스트들도 밈 주식에 대한 분석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윤예 기자 /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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