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아름다운 투자 ②

2023. 2. 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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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에게 작품이 너무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관람객이 '이 그림은 무엇을 뜻하는가요?' 하고 물었다. 이 질문에 '새가 울면 새소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저 새가 뭐라고 하는가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피카소의 명답은 잘 알려져 있다. 작품 감상에 있어 이론적인 설명보다 느낌을 강조한 이야기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듯이 이 느낌을 알 수 있을 때까지는 많이 감상해야 한다. 오래전,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님의 '잘 모르는 그림에 투자하여 손해를 보았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부동산이나 주식에 비하면 그림은 단시간의 투자 대상이 되기는 어려운 분야이며 많이 접하여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때 비로소 문을 열어주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집에 한 점 걸어두어 즐기고, 또 시간이 지나 가격이 오르면 더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선택한다면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그 작가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조형언어, 독창적인 작품 세계가 있어야 한다. 피카소나 백남준은 이 세상에 없었던 기발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작품 세계를 만들었기 때문에 세계적인 거장이 되었다. 이에 작가의 철학이 바탕에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둘째, 작가의 작품성을 평가해야 함에 있어 작품의 소장처를 살피는 방법이 있다. 권위 있는 유명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간혹 인맥만으로 작품을 소장케 하는 경우가 있으나 대개는 미술관에서 작품성을 중시하여 구입한다. 최고가의 작품값을 구가하는 이우환 화백의 경우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유명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어 작품가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셋째, 국제미술시장에서 평가를 받는 작가, 유수한 국제아트페어 등에서 판매되는 작가의 작품이면 좋다고 본다. 국제미술시장에서는 신진이나 대가에 차이를 두지 않고 독창성이 있는 작품을 선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팔리지 않다가 국제아트페어에서 판매되어 성공한 작가들이 많다. 또한 어느 화랑에서 취급하느냐도 평가의 관점이 된다.

넷째로, 활동량과 작품량이 많아야 한다. 국제미술시장은 넓고 거대하다. 또한 우리의 미술시장도 더 팽창할 것이므로 미리 대비되어 있는 작가여야 한다. 물론 작고한 작가의 경우 희소성이 작품가를 정하기도 하지만 그 작가들 대부분이 생존 시 많은 작품을 제작한 작가들이다.

다섯째, 그 작가의 작품 중 수작을 골라야 한다. 작가의 작품은 공산품이 아니기 때문에 열 점이면 두세 점이 아주 뛰어나며 두세 점은 좀 떨어지기도 한다. 수작을 건네주는 화랑과 가까운 것이 유리하다. 한 가지 방법으로는 가격을 깎지 않는다. 대개의 경우 제값을 주는 고객에게 좋은 작품을 챙겨주는 것은 당연하다. 구입할 때는 같은 가격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작품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 제값을 주는 것이 싸게 사는 한 방법이다.

여섯째, 작가의 작품 관리가 어떤가 보아야 한다. 화랑에서 취급해주지 않는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작가가 직접 판매하는 작품은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작가는 작품을 제작하는 사람이지 판매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작품 선택에 객관성이 없으며, 대개의 유명 작가들은 작품 판매에 대한 시간과 노력을 아껴 작품 제작에 열정을 쏟는다. 일곱째, 집 안에 걸어두는 작품은 미술관과 달리 예술성과 함께 장식성도 보아야 한다. 자신의 취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어렵더라도 조금 현대적인 감각의 작품이 좋을 것이다. 작품이 다 설명해주는 것이 아니라 감상자가 시간을 두고 차츰 알아가는 작품이 더 묘미가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발품을 조금 들이면 집안 분위기에 어울리는 좋은 작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미술품을 부동산이나 증권과 같은 투기 품목으로 보는 것은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물론 판매한 좋은 작품들 대부분이 몇 배 아니면 몇십 배로 가격이 올랐지만 일반화하여 이 작품이 올라간다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작품은 금액으로만 평가하기보다 소장해 감상하는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화랑에서 그림을 구입하여 그대로 맡겨두고 가격이 오르면 되파는 경우도 있다고 하나, 판화 한 점이나 포스터 인쇄물을 걸어두고 즐기는 사람보다 행복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림값이 오르든 아니든 화가의 열정이 담긴 그림 한 점 걸어두고 예술의 향기를 느낀다면 인생의 큰 기쁨이 아니겠는가? 그림 한 점으로 온 집안이 행복해지는 아름다운 투자의 행운을 누리시기를….

[김성옥 갤러리서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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