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부터 빗장 풀리는 韓 외환시장…전문가 “규제·인력·감독 모두 바뀌어야”

박소정 기자 2023. 2. 7. 17: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 세미나 개최
토론회서 시장 참가자 “기대 반, 우려 반”
“유동성 공급 미달, ‘쏠림현상’ 심화” 부터
“인력, 조직, 규제, 감독” 논의과제 쏟아내

해외 금융기관이 역외에서 국내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외환시장의 구조가 20여년 만에 전면 개편되는 가운데, 시행 시기까지 1년 반을 남겨둔 이 시점 우려 사항과 선결 과제들을 살펴야 한다는 시장 참가자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RFI·Registered Foreign Institution)의 참여 허용’과 ‘국내 외환시장 새벽 2시까지 연장 운영’을 두 뼈대로 하는 외환시장 구조 개선안이 시행되면, 되레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한편, 막상 장이 열렸으나 수요가 없고 유동성이 공급되지 않는 ‘흥행 실패’의 위험성도 거론됐다.

이 밖에도 국내 은행과 외국계 은행 지점의 인력·조직 확충 문제, 기존 거시건전성 규제의 완화 필요성, 해외 금융사와 경쟁할 국내 금융사들의 역량 문제, 외국계 금융사에 대한 감독당국의 관리 문제 등이 함께 언급됐다.

오재우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이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수준의 시장접근성 제고를 위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 일단 반색하는 시장…‘흥행 실패’·‘쏠림 현상’ 우려

서울외환시장운영협의회는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진행된 종합 토론회에 외환당국 담당자와 국내·외국계 은행 등 시장 참가자들이 모여 이같은 주제를 논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숙원이었던 외환시장 구조 개편을 반기면서도, 일부 우려 점을 내비치며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영선 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운용섹션장은 시장의 우려 지점에 대해 “장은 열어놨는데 수요가 없고 유동성이 공급되지 않는 ‘흥행 실패’, 이에 따라 역외 NDF(차액결제선물환) 시장을 배제하는 것이 오히려 버거워지는 상황”과 함께 “반대로 역외 플레이어들이 활발하게 들어와 이들이 주도권을 쥔 탓에 변동성이 커지고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가능성” 두 가지를 꼽았다.

당국의 취지대로 이번 외환시장 개방이 ‘현물환 거래로의 NDF 수요 흡수’로 이어질지 의문부호를 찍는 의견도 있었다. 이성희 KB국민은행 채권운용본부장은 “NDF는 차액만 결제해도 되고 달러 계좌만 있어도 돼 거래가 편리한 측면이 있는데, RFI에 엄격한 의무 확약을 받으면 그냥 NDF 거래를 하려는 곳들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해외 금융사와 맞붙게 된 국내 금융사들이 과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시선이 짙었다. 이 본부장은 “많은 국내 은행이 해외 진출을 하지만 해외 영업이 잘되지 않는 현실”이라고 했고, 문 섹션장도 “외국계보다는 로컬은행의 해외 지점 역량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다”며 금융사의 원화 비즈니스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당국 역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이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수준의 시장접근성 제고를 위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규제 완화, 인력 보충, 새로운 감독 체계” 목소리도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시장 참가자들은 ‘규제 완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외국계 은행에선 ‘선물환포지션’ 규제 등으로 대표되는 거시건전성 규제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오종욱 JP모건 서울지점장은 “선물환 규제와 외화차입 규제 등 2008년 이후 규제를 받은 부분이 있다”면서 “외환시장이 자유화되고, 더 많은 참여자가 외환시장으로 들어오면 필연적으로 차입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과거의 정책 목적으로 생겼던 규제는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에선 NDF 시장에 참가할 길을 터달라는 건의가 제시됐다. 문 섹션장은 “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원·달러 현물환 시장에서 거래하겠지만 변동성이 커질 때는 소화가 쉽지 않을 것이므로, 대체 시장 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NDF 시장의 로컬 은행 접근성이 확대돼야 한다고 본다”며 “외은은 NDF 거래 제한이 없고, 로컬은 제한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런 상태가 내년 하반기까지 유지된다면 로컬 은행이 시장에서 얼마나 의미 있는 역할을 하게 될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딜러 등 인력 보충 문제도 제기됐다. 문 섹션장은 “대부분 로컬은행이 걱정하는 부분은 인력으로, 야간시간에 서울 딜링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근본적으로 은행 자체로 해결해야 할 문제긴 하지만) 외은지점보다 확충해야 할 인원이 많을 수밖에 없다. 당국이 소통하며 보조를 맞춰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인 JP모건의 오 지점장은 “원·달러 스팟 딜러가 2명 있는데, 시장이 개장돼 싱가포르나 홍콩으로 나가서 트레이딩한다고 하면 어쩌나 고민이 된다”며 “딜러 개개인 입장에서 세제 등 관점에서 한국과 해외 간 차이가 있다. 이들을 지키기 위해 인센티브를 고려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외환시장협의회 관계자 등이 참석한 '글로벌 수준의 시장접근성 제고를 위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뉴스1

RFI가 국내 시장에서 직접 거래하게 되면서, 외국계 금융사에 대한 감독·규제 문제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이진 금융감독원 외환감독국장은 “시장 참여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위기 시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근본적인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금감원 본연의 감독·검사 기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정 부분 해외에서도 감독이 잘 돼서 문제없는 금융사들이 우리나라 RFI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국내 외환시장에서 영업 행위를 할 때 질서가 지켜지는지 모니터링 체계를 잘 갖추고자 하는 게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최지영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내년 하반기 본격 시행까지 1년반가량의 이상 시간이 있다”며 “여러 금융기관의 제언과 디테일한 조정을 바탕으로 법 개정 사항에 참고하겠다”고 덧붙였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